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BIFF Daily > 8회(2003) > Todays News
[Special 1] 북한영화를 만난다!
2003-10-04

7편 중 <내 고향> 등 2편은 제한상영

 

심의 문제로 진통을 겪은 북한영화 7편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부산영화제는 정부가 ‘일반’ 상영을 문제 삼은 <내 고향>(1949)과 <봄날의 눈석이>(1989)를 언론과 일부 게스트만을 대상으로 ‘제한’ 상영 하고, 나머지 5편은 예정대로 일반 관객들에게 공개키로 했다. 이는 정부와 영화제가 한발씩 물러선 결과다. 이에 앞서 통일부는 국가정보원 등 관련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내 고향>은 상영 불가, <봄날의 눈석이>는 제한상영”이라는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영화제 쪽에선 “1편이라도 상영이 불가능해지면 전체 상영 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영화제 쪽은 10월5일 기자회견을 갖고 상영 일정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과 함께 작품을 선정한 부산영화제 이용관 부위원장은 “이번에 상영되는 북한영화 7편은 북한사회와 이를 반영하는 영화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게끔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시대별로 각각 1작품씩 선정했다”고 밝혔다. 제한상영 되는 <내 고향>은 북한 최초의 극영화로 월북 배우인 문예봉이 주연을 맡았으며 일제 치하의 생활상이 디테일하게 묘사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한상영 조치를 내린 이유가 “사회주의 체제 수립의 당위성이 강조됐다고 본 것 같다”고 이 부위원장은 덧붙였다. 관객과의 만남이 봉쇄된 또 한 편의 영화 <봄날의 눈석이>(1989)는 조총련계 남자와 민단계 여자의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양가 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치지만 결국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사랑도 얻게 된다는 줄거리다. “남한보다 북한이 민족동일성을 회복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묘사됐다고 봤을 수 있다”는 것이 영화제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일반 관객과 조우할 5편의 북한영화는 10월6일부터 남포동의 대영시네마와 부산극장에서 상영된다. <신혼부부>(1955)는 철도노동자인 신혼부부가 전쟁으로 파괴된 평양시 복구 과정에 나선다는 줄거리. “뮤지컬 형식을 간간이 도입한” 것이 신선하다. <우리 렬차 판매원>(1973)은 기차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는 한 인물이 여러 가지 갈등을 무마시키고 승객들을 설득한다는 내용으로 “상급자들의 태만에 대한 비판적인 대사”가 서슴없이 등장해 흥미를 돋운다. 북한영화 최초의 키스신이 등장하는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1985)는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으며,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 1, 2부>(1993)는 노년의 두 사람이 가족들의 도움으로 재혼한다는 이야기다. 이용관 부위원장은 이 두 편의 영화들은 “정치색을 줄이고 대신 멜로영화의 장치들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북한영화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글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