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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에밀>의 칼 베사이 감독 / <광기의 즐거움>의 하나 마흐말바프 감독
2003-10-05

“스크린쿼터를 지키기 위해 싸우세요”, <에밀>의 칼 베사이 감독

영국의 노교수 에밀은 명예 학위를 받기 위해 고향 캐나다로 떠난다. 이 여행에서 더 중요한 것은 과거와의 화해다. 에밀은 자기의 기회를 재능 있는 동생에게 양보하기는 싫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차지하고 명령만 하던 형의 아이도 맡지 않았다. 그가 기르기를 거절한 조카딸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

캐나다 영화 특별전에 상영된 <에밀>(Emile)은 칼 베사이(Carl Bessai) 감독의 세 번째 영화다. 대배우 이안 맥컬렌을 모신 젊은 감독은 플래시백 장면에서도 노배우를 그대로 썼다. “이안 맥컬렌은 자신의 영화 인생을 걸고 도박을 했다.” 액션도 특수효과가 없는 영화에서 시나리오와 배우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감독은 “영화에 대한 모든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의 연기에 관해서라면 아니다.”

맨 처음에 나온 비판은 영화의 결말에서 용서가 너무 쉽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관객은 그것이 할리우드의 스토리라인에 기댄 쉬운 결말이었음을 지적했다. 감독은 “아시아 영화에서 배울 점이 많다. 캐나다에서는 <안양의 고아> 같은 영화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북아메리카 시장에서 영화를 만든다. 화해가 손쉬운 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미완성 스토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의 이런 장치는 영화를 만든 전략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니, 롤라, 에밀이라는 주인공 이름을 제목으로 딴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영화는 갈수록 평화스러워졌다. 첫 번째 영화는 불화하고 세 번째 영화에서는 화해한다.

애써 통역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수줍게 고백한 바에 따르면 이 영화는 베사이 감독이 베르히만의 <산딸기>에 바치는 오마주다. 영화를 만든 나이가 비슷하고, 노배우(빅토르 쇠스퇴름)를 기용한 점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

보통 독립영화에서 30~40일인 촬영일수를 그는 20일에 맞췄다. 빡빡한 촬영 스케줄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은 프로듀서와 촬영감독을 함께하며 자유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 일로 자금의 압력을 줄일 것, 촬영으로 자신의 영화적 자유를 만끽할 것.

마지막, 그는 질문 없는 대답을 자청했다. “모든 영화인들이 세계에서 유례없는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부러워하는 것을 알아 달라. 정부에서는 스크린쿼터 일수를 낮추라고 하지만, 보자 하니 여기 모인 사람 모두 젊은 것 같은데 다 함께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라.”

글 구둘래

“사람이 좋아서 영화 택했다”, <광기의 즐거움>의 하나 마흐말바프 감독

<광기의 즐거움>으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었고, 최연소 기록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 입성한 소녀 감독 하나 마흐말바프. 기대를 가득 담고 바라보는 7. 80명의 관객들 앞에서라면 세계적인 감독인 아버지 모흐센 마흐말바프와 논쟁을 서슴지 않는다는 14살 당당한 소녀감독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쏟아지는 관객들의 질문에 연신 좌우로 몸을 흔들며 수줍게 답변했다.

사미라 마흐말바프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삶을 돌아보는 영화 <오후 5시>를 준비중이었고, 언니를 졸라서 동행한 하나 마흐말바프는 캐스팅 과정을 기록하는 메이킹 필름을 찍던 중 여러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내가 보는 시각으로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다큐멘터리 <광기의 즐거움>이다.

관객들이 기본적으로 궁금해 하는 건 어떻게 그 나이에 감독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하나 마흐말바프는 “부산에 처음 왔을 때도 들었던 질문이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화가가 되고 싶어했다. 그런데 물감과 스케치 앞에 혼자 있으려니 사람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난 혼자 있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영화를 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광기의 즐거움>은 캐스팅 과정을 따라간 영화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득하고, 거절당하는 장면들이 부지기수로 들어있다. 그 중에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은 “여자라서 안된다”는 것. 하나 마흐말바프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5년동안 탈레반 정권하에서 억압을 받아야 했다. 숨도 못 쉴 지경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아갈레도 전쟁 시기에 태어난 사람이다. 사람을 완전히 믿지 못하면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탈레반 정권동안 여성들은 영화를 보러 다니지도 못했고, 영화를 볼 상황도 아니었다.”며 그들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인다. “모든 사실들이 빠짐없이 생략되지 않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점도 잘된 점도. 나에게는 모든 순간이 중요했다. 놓쳐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드는 영화는 아프간 사람들을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미라가 찍지 말라고 한 장면에서도 하나는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이다. 어리지만 하나 마흐말바프의 영화에는 이미 성숙한 삶의 태도가 들어있다.

글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