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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 “잠자고 있는 사회를 깨우고 싶었다”
2003-10-06

<마트루부미: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땅> 감독 마니쉬 자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트루부미: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땅>은 여아살해가 빈번하게 자행되는 탓에 아예 여자의 씨가 말라버린 인도의 한 마을에 한명의 여성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참혹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첫 단편영화 <매우 매우 조용한 영화>로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첫 장편영화 <마트루부미…>로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협회상을 받은 25세의 ‘영화청년’ 마니쉬 자 감독을 만났다.

- 지난달 토론토영화제에서 상영될 때 해프닝이 있었다고 들었다.

= 토론토에 사는 인도인들이 영화를 보다 퇴장하기도 했고, 항의하기도 했다. 왜 인도의 어두운 면을 들춰서 심기를 불편하게 하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군중심리 때문이지 실제로는 그들도 내 영화를 좋아했을 것이다.

- 외국에서 그런 반응을 얻었는데 인도에서는 더 난리가 나겠다.

= 우리는 현실을 다루고 있다. 인도에 사는 그 누구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내 영화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번째 스텝인 셈이다. 그리고 재외 인도인보다 인도에 사는 인도인들이 훨씬 더 개방적이고 덜 보수적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 인도의 여아살해는 얼마나 심각한가.

= 유네스코에 따르면, 인도에선 매년 5000만명의 여성 인구가 감소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성비도 점점 남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게 여아살해 때문이다. 실제로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 있다고도 한다. 정부가 여아살해는 물론이고, 태아의 성 감별을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할 정도다.

- 실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인데, 왜 영화가 시작할 때 자막으로 ‘이 영화는 가상의 이야기다’라고 밝혔는가.

= 만약 그런 설명이 없다면 특정한 지역의 일을 지칭하는 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상처는 입히고 싶지 않았다.

- 영화를 보면 소와 여성이 기묘한 대비를 이루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 인도에서 소는 숭배되는 대상이다. 특히 암소는 우유를 만들어내 어머니를 상징한다. 물론 인도인들은 여신을 숭배하기도 한다. 그건 상징적인 차원일 뿐이다.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소는 죽이지 않는 반면 여자는 죽인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 ‘마트루부미’는 무슨 뜻인가.

= ‘어머니의 대지’란 뜻이다. 인도라는 나라의 역설을 설명하기 위해 ‘어머니의 대지’란 말과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땅’이란 말을 나란히 붙여 제목을 지었다.

- 표현이 굉장히 도발적이다.

= 이 영화는 정상적인 사회에 관한 게 아니다. 게다가 내가 이 영화를 만든 것은 잠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서다. 자연 거칠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 남자 감독으로서 여성문제를 데뷔작의 소재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 나는 남성우월주의자도, 페미니스트도 아니다. 나는 남녀의 구별이 없이,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관점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내 주위에서 여아살해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리면 그런 현실을 접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 25세에 데뷔작을 만드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나 쉽지 않은 일이다. 당신은 어떻게 영화 감독이 됐나.

=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드는 나라다. 자연스레 우리는 어릴 때부터 영화계에서 일한다는 것을 한번쯤은 꿈꿔보며 자랐다. 그 중에는 다른 길로 간 친구도 있지만, 나는 영화 쪽을 택한 것이다. 델리 대학을 나온 뒤, 봄베이로 옮겨와 TV시리즈 조연출을 하면서 데뷔 준비를 했다. 재능있는 감독 밑에 있었던 탓에 시나리오 작업이나 촬영 등 모든 일을 익힐 수 있었다.

- 당신의 영화를 보면 볼리우드 뮤지컬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 뭐라고! 나는 볼리우드 뮤지컬을 보며 자라났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너무 좋다(웃음). 영화란 것은 본디 즐거움을 주는 것 아니냐. 물론 내가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대한다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들 영화가 현실을 미화하고 왜곡한다는 사실이다.

- <마트루부미…>의 초반부가 코믹한 것도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였나.

= 그렇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심각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관객의 마음에서 무게를 덜어줄 필요가 있었다. 이 ‘하드코어 리얼리티’를 심각하게 보여준다면 관객은 지루해했을 것이다. 또 유머를 통해 사회를 풍자하려 한 것이다. 찰리 채플린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글 문석 / 사진 손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