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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 “세상엔 부시같은 자식도 있지만, 작은 희망이 도움이 되지”
2003-10-07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 감독 펜엑 라투나루앙

타이의 영화감독 펜엑 라투나루앙이 네 번째 영화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을 만들었다. 이 절실한 제목의 영화는 끈끈한 향수를 자아내던 전작 <몬락 트랜지스터>와는 달리 무표정한 삶과 죽음의 세계를 다룬다. 자살충동에 사로잡힌 일본남자와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을 떠나고 싶어하는 타이 여자와의 담담한 애정. 펜엑 라투나루앙은 의외로 명랑쾌활한 표정으로(미국의 부시 대통령 이야기를 할 때는 진하게 욕도 섞어가며) 답변한다.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펜엑 라투나루앙, 이제 이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몬락 트랜지스터>와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몬락 트랜지스터>는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였기 때문에 스토리와 플롯에 대한 부분이 컸다. 그러나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은 단순한 스토리이고, 사건보다는 캐릭터와 분위기에 더 치중한 영화이다. 아마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지금까지 네 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몬락 트랜지스터>를 제외하곤 모두 도시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도시에 살고 있고 그 도시의 체계, 기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새롭고 싶어한다. 지겨움을 잘 타는 성격이다.

구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크리스토퍼 도일, 아사노 타다노부와는 영화제 등에서 만나면서 언젠가 같이 일하자고 얘기했었다. 말하자면 배우가 먼저 정해지면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이 영화의 촬영을 맡은 크리스토퍼 도일과 일본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하고 난 후에, 배우에 맞는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시작되었다. 아사노 타다노부는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배우이다. 내가 아니라 그가 나를 캐스팅한 것이다. 우정으로 시작한 영화이다.

왜 타이인이 아니라 방콕에 사는 일본인이 주인공인가. 나는 방콕에 살고 있다. 내 기억으로 그곳은 작은 도쿄와도 같다. 많은 일본인들이 내 주변에 살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우 정돈된 삶을 산다. 오랫동안 방콕에 사는 일본인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일상적으로 자주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주인공 켄지는 방콕에 있는 일본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사람을 모델로 했다. 그 사람이 혼자 있을 때는 자살충동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됐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무엇인가 내 영화들은 메세지가 있다기보다는 질문으로 가득 차있다. 나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좋아한다. 전쟁, 코스튬 드라마같은 종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영화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그런 영화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가 나의 관심거리이다.

편집이 독특하다. 여주인공을 보여주는 특정한 쇼트 하나가 영화 내내 갑작스럽게 끼어들곤 한다. 영화 내내 그 쇼트는 갑작스럽게 끼어든다. 처음에 보면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 쇼트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몬락 트랜지스터>가 인물의 환경에 대한 영화였다면 이번 영화는 그 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영화이다. 그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편집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영화는 영화적인 형식에 많은 신경을 썼다.

왜 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곳을 열망하는가. 나의 모든 영화에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이 내 모든 영화에서의 중요한 요소이다. 인간은 모두 자신이 사는 곳보다 다른 곳이 좋다고 느끼는 것 같다. 왜 시나리오를 쓸 때마다 그런 주제가 나오는지 스스로도 무척 궁금하다.

자살충동을 느끼지만 켄지는 끝내 죽지 않는다. 희망인가.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실제로 나는 비관주의자이다. 조지 부시같은 자식을 보면 세상이 참 엿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작은 희망이 우리에게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에 켄지는 혼자이고, 책을 많이 읽을 뿐이다. 자살을 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경찰에 잡혀 혼자 담배를 피우면서 미소를 짓는다. 보아서 알겠지만 영화를 통털어 켄지는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 그 순간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에 삶이 살만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타이 영화감독으로서 ‘타이영화’의 약진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4년전에는 일년 통털어 4편만 제작될 정도였다. 지금은 60여편 정도가 제작된다. 숫적으로 많아 졌다고 해서 좋다고만 말할 수는 없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젊은 감독들이 많이 참여하고,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므로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 같다.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