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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Choice 4] <어둠의 신부(Darkness Bride)>
문석 2003-10-07

아시아영화의 창, 홍콩·중국, 2003년

104분, 감독 윌리엄 콕, 오후8시 부산3관

고즈넉한 중국 북부의 한 사막 지방에는 아름답지만, 표정에서 알지 못할 슬픔이 느껴지는 여성 칭화가 있다. 8살 때 머리가 모자란 시시에게 시집와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는 그녀는 이 갑갑함을 견디지 못해 탈출을 꿈꾼다. 이 부부의 주변에는 건장한 청년 춘솅이 맴돌고 있다. 시시의 오랜 친구인 그는 칭화에게도 모종의 감정을 품은 듯 보인다. 어느날, 시시와 춘솅은 처녀로 죽은 한 여성의 무덤을 인부들이 파는 광경을 목격한다. 총각이 죽으면 처녀의 시체를 함께 묻어 영혼 결혼식을 치러주는 것이 이 지역의 풍습이기 때문이다. 얼마 뒤 시시는 양떼에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을에 남은 칭화와 춘솅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의심받는다. 결국 도시로 탈출한 칭화와 춘솅은 우연히 시시를 만나고, 이상한 분위기의 여성 옌옌도 만나게 된다.

<어둠의 신부>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좀처럼 따라잡기 힘든 영화다. “나는 리얼리스틱한 표현을 싫어하며 나의 관점에 의지한 몽환적인 표현을 좋아한다”는 윌리엄 콕 감독의 작품답게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경계는 희미하고, 과거와 현재의 문턱 또한 불분명하다. 초반부와 후반부에 나오는 사막 고지 위의 여자는 과거의 여자인지, 단지 상징적 차원에서 보여지는 ‘개념 속의 여자’인지 애매하고, 도시에서 만나는 옌옌은 실체가 있는 존재인지 아리송하다. 이 영화는 애매모호함을 의도적으로 방조하는 가운데, 두 남자로부터 사랑받는 여자와 또 한명의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처녀의 시체를 파 총각의 무덤에 묻어주는 중국 북부 지방의 풍습을 모티브로 삼은 이 영화는 여성의 현실을 고발하려는 게 아니라 그런 여성들의 삶 속 비애를 드러내려 한다. 비현실적으로 웅장한 사막 지방과 좀처럼 클로즈업되지 않는 인물 사이의 커다란 대비 또한 영화에 이런 느낌을 더해준다.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