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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Choice 3] <늑대의 시간(Le Temps du Loup)>
2003-10-08

월드 시네마/ 오스트리아/ 2003년/ 113분

감독 미카엘 하네케/ 밤 8시 메가박스6관

프랑스 언론이 분석한 올해 칸영화제 상영작의 경향 중 하나는 ‘자의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모호한 열린 결말의 영화들’이었다. <늑대의 시간>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던 것을 두고 ‘열쇠는 내게 없다’며 물러선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퉁명스런 답이 힌트가 된 것이다. 인간의 어둡고 은밀한 욕망과 야만성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관객을 충격에 빠뜨리곤 했던 미카엘 하네케(<퍼니 게임><피아니스트>)는 이번엔 그 인간들이 모여 일궈낸 역사와 미래로 눈을 돌렸다.

<늑대의 시간>은 모호한 시공간 속에서 탈출을 기도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주말 여행을 떠난 안나의 가족은 별장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느닷없는 총격에 남편을 잃은 안나는 아이들과 필사의 탈출을 벌이지만, 가도 가도 숲은 끝나지 않는다. 안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역시 탈출을 모색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온다던 기차는 오지 않고, 식량은 떨어져 가는데, 어린 아들은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잃은 가족의 서바이벌 스토리처럼 시작된 영화는, 점차 시간성과 공간성을 지워내면서 인류가 지나온 야만의 역사, 또는 미래의 어느 날을 그려간다. 아니, 우리가 지금, 그 불가해한 폭력과 희생의 시간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언제나 배우들에게서 날선 연기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난 하네케의 호출에 응한 이들의 명단은 화려하다. 전작 <피아니스트>에서 열연을 펼친 프랑스의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 <베티 블루>의 광기와 관능미로 추억되는 베아트리체 달, <아들>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올리비에 구르메 등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길을 잃은 사람들 중 하나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파트리스 셰로(<여왕 마고><인티머시>의 감독)가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추대되는 바람에 ‘심사위원장의 출연작’이 된 <늑대의 시간>은 경쟁이 아닌 비경쟁 부문으로 분류, 상영돼야 했다.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