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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
김혜리 2003-10-13

결국 승리한 터미네이터

10월7일 실시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 선거에서 공화당의 아놀드 슈워제네거(56) 후보가 48%의 지지를 얻어 32% 득표에 그친 크루즈 부스타만테 현 부주지사를 여유있게 누르고 신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됐다. 38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가 도화선이 된 그레이 데이비스 현 주지사의 소환은 54.6% 지지로 통과됐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11월16일부터 데이비스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3년간 주지사로 일하게 된다.

선거전 막판에 불거진 각종 악성 스캔들에 비추어볼 때 슈워제네거의 득표율은 기대 이상.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존경을 표한 적이 있다는 고발과 30년간 영화제작 현장에서 많은 여성을 추행했다는 폭로가 잇따라 당선 전망을 어둡게 했다. 슈워제네거는 10월2일 “나는 떠들썩한 영화 세트장에서 종종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했다. 당시는 가벼운 놀이에 불과했지만 그릇된 일이었다는 점은 사실이다”라고 시인하는 전략으로 대응했고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도 “남편이 어떤 인간인지는 내가 잘 안다”며 엄호에 나섰다.

슈워제네거의 선거 캠페인은 오랜 동료인 쇼 비즈니스계 인사들의 동원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선거 직전 <트윈스> 촬영 중 성추행당했다는 두 여성의 폭로 이후 아이반 라이트만 감독이 “항상 세트에 있었지만 비슷한 행위도 본 적이 없다”고 몇 차례 인터뷰에 나선 것이 가장 두드러진 후원일 정도다. 스타성보다 유능한 정치인의 면모를 부각시키려는 공화당 캠프의 전략도 일조했다. <버라이어티>는 1966년 로널드 레이건의 주지사 출마 당시 200명의 스타와 제작자가 <데일리 버라이어티>에 전면 지지광고를 낸 사례를 상기하며, 메이저 스튜디오 간부 등 46명이 오히려 주지사 소환 반대 광고를 게재한 이번 선거를 대조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할리우드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무심한 이유는, 영화계 현안인 저작권 보호나 미디어 합병문제가 연방정부 차원의 이슈이기 때문. 실제로 슈워제네거는 원정 촬영을 줄여 캐나다에 빼앗긴 캘리포니아주의 수입원을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뿐 영화 관련 정견은 별반 밝히지 않았다. 그보다 슈워제네거의 당선은 몇몇 스튜디오에 일거리를 안겼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제작자들은 슈워제네거를 배제한 4편을 궁리 중이고 워너에서 추진하던 <웨스트월드>의 리메이크 기획은 재고될 전망이며, 뉴라인은 슈워제네거의 주연을 예정했던 코미디 <빅 써>(Big Sir)의 주연을 윌 스미스에게 제의했다고 <버라이어티>는 보도했다.

정계 진출 선언 두달 만에 이룬 슈워제네거의 성공에 대한 반응은 극단적이다. 고국 오스트리아의 볼프강 시셀 총리는 축하와 함께 공식방문을 청했으나 멕시코 하원의 카를로스 히메네스 외교관계위원장은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의 인권 보호에 반대하는 슈워제네거의 입장에 우려를 표했고 전미여성기구(NOW)도 유감을 표했다. 발리우드 배우 출신으로 필리핀 대통령에 취임했다 부패혐의로 수감된 조셉 에스트라다는 “영화에서 보여준 영웅다움을 정치에서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라가안>의 배우 아민 하지는 “스크린 이미지는 당선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나중에 등 뒤에 꽂히는 칼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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