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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파죽지세 시청률의 비결은?
2003-10-18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풀 죽은 목소리로 기자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왕의 여자〉에 대해서 묻지 말아 달라고. 그렇지 않아도 한자릿수 시청률 때문에 초상집 분위기라는 것이다. 〈여인천하〉 〈야인시대〉로 지난 3년 동안 월화드라마에 관한 한 시청률 싸움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고 자부하던 에스비에스로서는 충격이 큰 듯하다. 문화방송 〈대장금〉의 초장 기세는 그렇게 거칠 것 없어 보인다.

애초 “시청률은 20%만 나와도 좋겠다”던 이병훈 피디의 소박한 바람과는 달리 지난달 15일 첫 방송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더니 한달 만인 지난 13일 39.79%(닐슨 미디어 코리아)와 33.2%(티엔에스)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티엔에스는 〈대장금〉이 8회 만에 30%를 돌파해 9회에 30%를 넘었던 이병훈 피디의 히트작 〈허준〉의 시청자 흡인속도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시청률 40%도 멀지 않은 듯하다. ‘다모폐인’ 등 숱한 화제를 낳았던 문화방송의 사극 〈다모〉가 시청률 30%를 한번도 넘은 적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장금〉의 흡인력은 놀랄 만하다. 그렇다면 〈대장금〉이 시청자들을 단박에 사로잡은 요인은 무엇일까 과연 시청자 기대에 걸맞은 내용을 확보하고 있는가?

새로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많다. 임금님의 음식을 책임지는 수랏간 생각시(어린 나인)와 나인, 상궁들의 이야기답게 화려한 궁중음식 만들기만으로도 시각적 효과는 상당하다. 여기에다 궁녀들의 연분홍 또는 초록색 복색이 화면에 화사함을 더해 사극과는 조금 거리를 두는 젊은층 눈길을 잡는다. 창을 하는 어린이들이 우리 전통음악 가락에 맞춰 부른 주제곡(이시우 임세현 작곡)도 듣기에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야기 소재도 지금까지 우리 방송의 사극에서 한번도 부각된 적이 없는 궁녀들의 세계라는 점도 어느 정도 차별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듯싶다.

사극전문 김재형 피디의 〈왕의 여자〉가 배경음악, 내레이션, 소재 면에서 그의 전작 〈여인천하〉와 아직까지는 큰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는 점에 비춰 〈대장금〉의 새로움은 두드러진다.

물론 이 드라마는 새로운 만큼 전통적인 드라마의 흥행문법에 충실하다. 대대로 최고상궁을 배출한 권력을 잃지 않으려고 음모와 술수를 꾀하는 최 상궁(견미리)과 한양 육주비전의 거상 최판술(이희도) 등 최씨 집안과 이에 맞서는 수랏간 정 상궁(여운계)과 한 상궁(양미경)의 분투 등 초반 대결구도가 일목요연하다. 장금(이영애)과 금영(홍리나)의 우정과 갈등, 내금위 종사관 민정호(지진희)와 금영의 관계를 둘러싼 멜로라인 등 드라마의 구색은 다 갖추고 전통적인 드라마 소비계층인 40대 이상 여성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있다.

또한 경제난으로 갈수록 살기가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예쁘고 꿋꿋한 여성이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성공담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시청자로서는 3년 만에 안방극장에서 얼굴을 보게 되는 ‘이영애 효과’도 제작진의 셈법대로 맞아떨어진 것 같다.

애초 5회까지 어린 장금을 맡은 아역 연기자 조정은이 앙증맞고 깜찍한 연기를 펼쳐 이영애가 나오면 오히려 흡인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으나 이영애의 연착륙은 일단 성공한 듯싶다.

슈퍼우먼 장금, 드라마의 함정

그러나 그 어떤 새로움보다 빛나는 것은 본격적인 첫 여성 사극작가 김영현(37)씨의 등장이다. 지지난해 에스비에스 드라마 〈신화〉로 첫 작품을 낸 김씨는 초보작가답지 않은 이야기꾼의 솜씨를 보여주었다. 예컨대 지난 10회에서 최 상궁이 조카인 금영에게 중전의 복중아이를 딸로 바꾸는 부적을 몰래 퇴선간에 붙이라고 했으나 금영이 망설이자 “두려움을 알아야 강해진다”고 설득하는 장면 같은 것은 절묘한 데가 있었다.

지금까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이야기 축은 조선시대 최대 슈퍼우먼 장금이다. 10회까지 장금은 △상감마마의 밤참을 엎고 △희귀 약초 재배에 성공했으나 오히려 음모에 말리다 전화위복이 되고 △어선경선대회에서 진가루(밀가루)를 잃어버려 궁에서 쫓겨날 뻔하고, 최 상궁의 음모에 말려 풍전등화에 빠지게 되는 등 거의 매회 위기에 빠지면서도 용케도 살아남는다. 시청자로 하여금 그 다음 이야기가 무엇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만화 기법을 빌린 듯한 이야기 전개는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너무 자주 써먹어 식상하게 되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우연이 남발돼 리얼리티가 떨어지거나 질질 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의 조중현 책임 프로듀서는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양념을 친 정도로 이해해 달라”며 “대장금이 출궁될 때부터 본격 전개될 이영애와 지진희의 멜로가 펼쳐지면 그런 지적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 사진 문화방송 http://im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