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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 “어쨌든 빼어나다”
박은영 2003-10-20

타란티노 신작 <킬 빌:Vol 1>, 평론가와 관객 양쪽에서 큰 지지 얻어내

6년 만에 돌아온 쿠엔틴 타란티노가 평단의 지지를 얻어냈고 박스오피스도 평정했다. 지난 10월10일 미국에서 개봉한 타란티노의 <킬 빌: Volume1>은 주말 사흘 동안 227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타란티노의 취향이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데다 잔혹한 폭력 묘사 등을 이유로 R등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선전이다. <킬 빌: Volume1>은 전주 흥행 1위였던 <스쿨 오브 록>과 같은 날 개봉한 코언 형제의 <참을 수 없는 사랑>을 큰 차이로 앞섰으며, 타란티노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성적으로 데뷔한 영화가 됐다.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여느 작품들과 달리 <킬 빌: Volume1 >에 대한 주요 정보들은 개봉 이전부터 노출돼왔다. 타란티노가 소년 시절부터 열광했던 동양 무술영화에 대한 오마주라거나, <미녀 삼총사>를 의식해 여성 킬러와 파이터를 전면에 부각시켰다거나, 영화사상 가장 많은 피를 뿌리는 영화일 거라는 등의 이야기들. 따라서 이 영화를 둘러싼 관심사는 타란티노가 어떤 작품들을 어떻게 참조하고 변형했는가, 과연 얼마나 살상장면을 잔인하게 묘사했는가 하는 데 집중돼왔다.

<킬 빌: Volume1>은 매우 “잔인하고도 매혹적인”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번 자신의 잡식 취향을 작품에 반영하곤 하는 타란티노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또 열정적으로 반영한 예는 없었을 정도라고. <뉴욕타임스>는 <킬 빌: Volume1>을 “스파게티 웨스턴, 70년대 블랙스플로이테이션, 홍콩 무술영화, 사무라이영화, 하드보일드 갱스터 애니메이션을 종합해 만든 퓨전 요리”라고 표현했다. 아시아영화에 정통한 평론가 짐 호버먼은 후카사쿠 긴지의 <의리 없는 전쟁> 등 인용된 영화들을 언급하면서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이라며, ‘큐레이터’로서 타란티노의 재능을 칭찬했다. 이렇듯 장르를 뒤섞고 인용하는 시도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도 없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타란티노의 취향에 공감할 때만 가능”할 것이라고 했고, <할리우드 리포터>도 “타란티노는 장르의 노예 같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자기 도취적이고, 변덕스럽고, 공허하다는 등의 결점을 인지하는 이들도 타란티노의 열정과 진정성에는 박수를 보낸다. 로저 에버트는 <킬 빌: Volume1>을 가리켜 “테크닉과 유머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영화, 그러나 빼어나다”고 평하며, 별 넷이라는 비교적 높은 평점을 주고 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회자되는 대목은 브라이드(우마 서먼)가 옛 동료인 오렌(루시 리우)의 아지트에 찾아가 그의 야쿠자 부하들을 홀로 무찌르는 장면. 로저 에버트가 “네오와 100명의 스미스 요원의 대결”에 비유하고, 짐 호버먼이 장철 영화의 오마주로 이해한 이 장면은 결국 브라이드가 휘두르는 칼 아래 수십개의 팔다리와 머리가 뒹굴며 피바다가 펼쳐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고. 또 다른 화제의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삽입된 오렌의 회상신인데, 같은 내용을 실사로 처리한다면, NC-17등급이 나올 만큼 잔인하다고 한다.

<킬 빌: Volume1>은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관객이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미라맥스쪽의 판단에 따라 2부로 나눠 개봉하게 됐다. 브라이드가 옛 동료와 보스에게 복수하는 단순한 스토리가 그나마도 둘로 나뉘어, 1부에선 5명 중 2명에게 복수하는 데까지만 소개된다. 한편의 영화를 둘로 쪼갠 결정에 대한 설왕설래는 그치지 않는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인터미션에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는가” 하는 볼멘소리와 함께 <킬 빌 Volume1>에 대한 평가 자체를 유보하고 있다. <킬 빌 Volume2>는 4개월 뒤인 오는 2월20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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