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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사용 테이프 금지령 공방 가열
김혜리 2003-10-20

금지령을 금지하라!

오스카 후보지명 투표에 임하는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스크리너(시사용 테이프와 DVD)를 배포하는 관행을 금지한 미국 영화협회(MPAA)가 갈수록 격렬한 영화인들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개봉 규모가 작아 스크리너 없이는 아카데미 회원에게 인지조차 되기 힘든 독립영화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독립영화의 오스카 전망을 어둡게 함으로써 기획, 캐스팅, 흥행, 수출 등 인디영화의 생존 전반에 타격을 안길 것이라며 즉각 반대에 나선 바 있다.

잭 발렌티 MPAA 회장과 담판을 시도한 것은, 모회사가 MPAA 회원인 관계로 금지령의 제약을 직접 받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예술영화 전문 자회사들. 이 회사들의 모임인 인디펜던트 워킹 그룹의 대표자들은 10월8일 발렌티와 만나 금지령 철회 가능성을 점치게 했지만, MPAA는 곧이어 “해적판 방지에 대한 아이디어 교환을 환영하지만 스크리너 금지령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요지부동의 입장을 밝혔다.

궁지에 몰린 독립영화인들의 주된 무기는 여론에 대한 호소다. 10월10일에는 로버트 알트먼부터 테리 지고프까지 150명에 달하는 감독이 <버라이어티>에 스크리너 금지령 철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게재했고, 10월13일에는 미국 시나리오작가조합이 성명을 냈다. 빅토리아 리스킨 서부 작가조합장은 빌 콘돈이 쓴 <갓 앤 몬스터>(사진), 줄리언 펠로즈의 <고스포드 파크>, 존 어빙의 <사이더 하우스>를 스크리너 덕분에 아카데미에서 성공한 예로 들면서, MPAA가 모든 예술가에게 공정한 태도를 취할 것을 희망했다. 10월15일에는 프로듀서부터 배우에 이르는 350명의 영화인이 <데일리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에 금지령 유예를 청하는 광고를 내고 다른 영화인들의 동참을 독려했다. 반발이 확산되자 잭 발렌티 MPAA 회장은 10월16일 스크리너 금지령을 재고하는 메이저 스튜디오 대표들과의 모임을 소집했으나 논의의 결론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