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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말바프 가족의 영화만들기 [2]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허문다

모흐센은 특별히 어떤 자극적인 상상을 끌어들여 진동을 일으키기보다, ‘현실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논픽션과 픽션을 뒤섞는 방식으로 표현해나가려 한다. 많은 영화에 그 자신이 출연하고, 또 스스로의 삶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의 영화가 자기 성찰적이라는 호평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흐센은 삶을 되돌아보고, 재구성하고, 다시 시작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 점이 인간 모흐센과 감독 모흐센의 모습을 동일한 ‘인격체’로 만들어내는 진실이다. 젊은 시절 이슬람 급진좌파로 활동하던 시절을 기초로 만들어진 <보이콧>(1985)은 그런 첫 번째 성찰이었다(이 영화의 주연배우는 이후 <천국의 아이들>의 감독이 된 마지드 마지디이다). <순수의 순간>(1996)에서는 폭력으로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때로 되돌아가 칼 대신 빵과 꽃으로 영화의 결론을 바꾼다(17세의 모흐센은 사촌 여동생에게 경찰의 눈을 속이게 하고, 그 사이 총을 빼앗으려다 붙잡혀 5년간의 옥살이를 한 경험이 있다. 이 영화는 그 사건을 기초로 한다). <민주주의의 실험>(2000)은 실제 친구와 함께 이란의 정치에 대해 희망을 걸어보는 유쾌한 실험극이다(이 영화에서 투표함을 든 채 낙하산을 타고 바다에 내리는 여성의 이미지는 버박 파여미 감독의 <비밀투표>에 영감을 주었다). 또한 모흐센은 <민주주의의 실험>의 첫 장면을 그가 <>(1999)을 만들던 제작현장으로 시작한다. 최근작 <칸다하르>(2001)도 직접 아프가니스탄의 참상을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기획되지 않았던 영화이다.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여 만든 다큐멘터리가 아이들의 교육환경에 대한 <아프가니스탄 알파벳>(2002)이다. 말하자면, 모흐센의 영화들이 바탕을 두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는 휴머니티, 사랑, 자유, 순수이다.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도 제도적으로 정치한 것이기 이전에 사람들을 이해하고 보살필 수 있는 이런 요소에 대한 믿음이다. 너무나 순진무구한 영화들인 <사랑의 시간>(1990) <가베>(1996) <고요>(1998)에서조차 그는 그 무작정의 믿음을 결코 감추지 않는다.

모흐센 영화의 세세한 미학적 판단을 다루기 위해서는 더 큰 장이 필요할 것이다. 오히려 그 갈증은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보는 편이 더 빠른 해갈일 수도 있다. 대신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 오래전에 모흐센 마흐말바프를 사칭한 한 남자가 있었다. 후세인 샤브지안. 그를 주인공으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영화 <클로즈 업>을 만들었다. 법정에서 그는 자신과 같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표현해주기 때문에 모흐센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모흐센의 영화를 보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영화의 후반부 후세인 샤브지안은 진짜 모흐센을 만난다. 모흐센은 오히려 격려하며 후세인이 피해를 입힌 가족에게 같이 찾아간다. 후세인은 모흐센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며 참회했다. 십여년이 흘렀다. 이란 감독 모슬렘 만수리의 다큐멘터리 <그들만의 영화천국>에는 산간 마을에서 8mm 필름으로 그들만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후세인 샤브지안은 지금 그곳에서 조감독을 하고 있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인터뷰

“사람들의 삶에 직접 뛰어들어 영화를 만든다”

-한국에서 당신 가족의 영화들이 개봉한다. 전해주고 싶은 말은.

=알다시피 <사랑의 시간>은 내 작품이 맞지만, <내가 여자가 된 날>은 내 아내의 작품이고, <칠판>은 딸의 작품이다. 충고를 해준다면 이 영화들을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카메라는 눈이고, 그 눈은 곧 마음을 담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캐스팅을 많이 한다. 그들이 당신의 배우라는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오사마>의 마리나이다. 마리나를 처음 봤을 때 그녀는 우리가 담고 싶은 바로 그 캐릭터였다. 만약 다른 전문배우가 그 역할을 했다면 그만큼 잘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들려달라.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의 영화를 봄으로써 영감을 얻어 자신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의 삶에 직접 뛰어들어 그들을 관찰함으로써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나의 경우는 두 번째에 속한다. 나는 그 개인의 이야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들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영화는 일종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거울에서 스스로를 보고 나는 옳은가,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어보듯 현실을 비추는 것이 바로 영화의 역할이다.

-찍어야 할지, 도와주어야 할지, 윤리적인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많을 것이다.

=어제의 예를 들어 보겠다.(모흐센은 부산에 있었다) 술취한 사람이 차로에 누워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깨워서 차가 없는 곳으로 옮겨주었다. 중요한 건 사람의 목숨이다.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사람을 구하지,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3년 전에 아프가니스탄에 갔을 때도 그것을 전세계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시작하긴 했지만, 저녁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병원에 데려다주어야 했다. 또,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학교를 세우다보니 최근 2, 3년간 영화작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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