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의 캐릭터에 이끌려 이 영화를 연출했다고 했는데 영주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과 닮았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을 의식하진 않았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은 남자에게 반응하는 방식이 강렬하지만 뒤집어보면 어떤 사연을 안고 있는 여자였다. 반면 영주는 대인관계에서 적응력이 다소 부족한 아이다. 주위 사람들이 ‘어리버리’라고 놀릴 만한 인물이지만 가식적이지 않다. 왕따가 되기 쉬운 캐릭터지만 알고보면 그래서 매력적인 여자이다.

<영어완전정복>은 온전히 영주의 과대망상에서 비롯되는 이야기 아닌가. 과대망상이라고 말하니까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영주가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여자는 아니다. 누구나 상상하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여자일 뿐이다. 현실에선 대접받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상상에선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것은 과대망상이 아니라 영주의 희망과 꿈이다.

이야기의 원형은 신데렐라인데 약간의 변형을 가한 것 같다. 영주와 문수가 상대를 신데렐라와 왕자로 여기는 것은 모든 연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영주와 문수처럼 제대로 사랑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라면 더 그렇다. 그들은 남들이 우러러볼 만한 멋진 남자, 멋진 여자가 아니지만 자기 시선에선 상대를 왕자와 신데렐라로 보게 된다.

하지만 영주가 왕자로 여기는 문수의 경우, 캐릭터의 매력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첫눈에 볼 때 결격사유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문수는 비록 껄렁한 친구지만 속내는 따뜻한 녀석이다.

처음 로맨틱코미디를 찍었는데 촬영현장도 많이 달랐나. 즐겁게 찍었다. 다른 영화 찍을 때는 화도 많이 내고 욕도 하고 그랬지만 이번 영화는 찍으면서 하루 1번 이상은 웃었다. 현장분위기가 화기애애해서 무척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