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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검열시대?
2003-11-11

<CBS>가 11월16일과 18일 방영예정이었던 2부작 드라마 <레이건 가(家)> 방영을 취소했다. <CBS>는 우익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부정하면서 “<레이건 가>는 레이건 전 대통령을 균형있게 묘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레이건 가>는 레이건과 그 아내 낸시를 주인공으로 삼은 네 시간 분량의 미니시리즈. 레이건과 낸시의 러브스토리가 중심이 될 거라고 알려졌지만, 10월에 <뉴욕타임스>가 극본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보수당과 그 지지세력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아왔다.

이번 사태는 방영되지도 않은 드라마가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라이프 더 무비>의 저자 닐 개블러는 “<CBS>는 지금은 소수 정치세력이 방송사를 검열할 수 있는 시대라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공격했다. 레이건을 연기한 존 브롤린의 아내이자 공공연한 자유주의자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예술의 자유를 위해서는 매우 슬픈 날”이라고 밝혔다. <CBS> 소유주인 바이어컴이 지역방송사 소유권 규제법안 통과를 두고 보수당에 로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 역시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보수당은 여전히 강경하다. 레이건이 “에이즈 환자들은 죄를 짓고 살았으니 죄 속에서 죽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낸시가 실질적으로 백악관을 운영했다는 묘사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 보수당은 정치적인 입장의 차이가 아니라 “역사적 진실”의 문제 때문에 이 드라마는 방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이건 가>는 바이어컴 계열사인 유료 케이블채널 <쇼타임>에 판권이 팔린 상태다. 쇼타임이 <레이건 가>를 재편집할지의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넉넉하니 최대한 그 여유를 이용하겠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