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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력에 굴복할 수 없다!
이영진 2003-11-18

정부 스크린쿼터 축소 움직임에 11월21일 영화인 대책위원회 결의대회 갖기로

“98년 이후 툭, 하면 불거진 ‘스크린쿼터 축소’ 논의에 대해 많은 국민과 언론은 식상해하고 있고, 한국영화가 많은 성장을 했으니 이제 조금 줄여도 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정책 스크린쿼터제를 마치 이라크 파병을 강요하듯 몰아붙이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내줄 수는 절대 없습니다.”(정지영 감독과 배우 안성기씨(사진)가 영화인들에게 보낸 서한 중 일부)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며, 영화인들이 결집할 태세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1월11일부터 영화인들에게 현재 상황의 급박함을 알리는 개별 통보를 시작하는 등 힘을 모으기 위한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11월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서울 충무로 스카라극장에서 열리는 영화인 결의대회는 최근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움직임에 대한 영화계의 강한 항의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위는 지난 11월6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대로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와의 공개면담 △미국영화인협회(MPAA) 잭 발렌티 회장,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관료들과의 공개토론회 등의 제안이 성실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1월25일 강행키로 한 광화문 옥외집회 또한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채비를 다지고 있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조만간 만남을 갖기로 구두 약속을 받은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외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다.

한편, 스크린쿼터가 한국영화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와 영화인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산업연구원(원장 한덕수)이 펴낸 ‘스크린쿼터제, 영화산업 사활을 쥔 열쇠인가’라는 제하의 보고서는 “1985년의 경우 스크린쿼터가 상영일수의 1/3에서 2/5로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동안 국산영화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감소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영화인은 “상영일수를 조정한다고 시장점유율이 곧바로 상승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당시에는 한국영화를 상영한다고 해놓고서 실제로는 할리우드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의 허위신고가 비일비재했다”면서 “기관장의 전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다”고 일갈했다. 참고로 한덕수 원장은 1998년부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으면서 스크린쿼터 축소 및 폐지 등에 관한 발언으로 여러번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정부와 문화예술계의 전면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쪽의 태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현 정부에 공을 넘긴 상태지만, 한-미투자협정과 연계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라는 압력을 수시로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현지 소식통의 말을 빌려 잭 발렌티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이 머지않아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며, 막판 공세를 더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