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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이윤택의 ‘충무로 습격작전’ <오구>
2003-11-19

`문화 게릴라' 이윤택의 `충무로 습격작전'이 감행된다. 선봉장은 연기생활 40년을 맞은 60대 배우 강부자. 흥겨운 풍물소리와 함께 굿패를 앞세우고 요란하게 극장가에 상륙하는 것이다. 28일 개봉될 영화 <오구>(제작 마오필름)는 1989년 초연된 이래 270만 관객을 웃기고 울린 동명 연극을 스크린에 옮기는 것. 망자의 넋을 달래기 위해 시작된 굿판이 산 자를 영원히 떠나보내는 장례로 바뀌고 그 와중에 새 생명이 태어난다.

무대는 경상남도 밀양의 한적한 마을. 강물에서 솟아오른 알몸의 세 남자가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사람들을 놀라게 하다가 황씨 할매집으로 향한다. 낮잠에서 깨어난 할매(강부자)는 꿈 속에서 돌아가신 할배가 소를 타고 왔다고 말하며 아들 며느리에게 시집을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저승 길을 눈앞에 둔 78세의 노인이 난데없이 시집을 보내달라고 하자 수하들은 남세스럽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막무가내식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할매가 말하는 시집은 저승의 오구대왕과 혼례를 치른다는 뜻의 산오구굿(사혼식ㆍ死婚式)을 일컫는 것으로 남편이 꿈 속에서 자신을 부르러 왔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맨 처음 등장한 세 남자가 할매를 데려가려는 저승사자인 모양이다.

할매가 오랜 친구인 무당 석출(전성환)을 찾아가 부탁하자 석출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굿판에 함께 나서야 할 미연(이재은) 등 석출의 자녀들은 무당 자식이라는 놀림이 싫어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새삼스럽게 웬 굿이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 집안인 동네 사람들도 개명한 마을에 굿판은 말도 안된다고 완강히 막아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굿은 시작됐지만 한창 신명이 오를 무렵 동네 어른이 청년들과 함께 나타나 굿판을 뒤엎는다. 이때 미연이 이 마을을 떠나게 된 비밀을 폭로하고 할매는 죽은 아들 용택이 나타났다고 말하며 혼절한다. 저승사자 가운데 한 명이 용택의 혼령인 것이다.

<오구>에는 영상으로 쓴 문화인류학 보고서처럼 볼거리가 푸짐하다. 약식이기는 하지만 이윤택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는 풍물과 춤과 바리데기(무가)를 동원해 오구굿의 참맛을 보여준다. 문상객과 상주의 문답, 곡쟁이의 사설, 화투판의 실랑이 등 초상집의 풍경도 친근하게 다가오고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가 끝난 뒤 저승길을 재촉하는 상여소리는 긴 여운을 남긴다. 원삼을 걸치고 족두리를 쓴 `깜찍한' 강부자의 모습과 이재은이 부르는 구성진 `오구대왕풀이'는 보너스.

그러나 장면 전환과 줄거리 연결은 매끄럽지 못하다. 화학적 변화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연극적 요소를 그대로 화면에 풀어놓다보니 무대의 막이 끊긴 것처럼 감정의 단락이 군데군데 드러난다.

상영시간 90분.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