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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류인생> 음악맡은 신중현씨
2003-11-21

“30년 잊었던 영화음악 열정 요동”

<하류인생>의 촬영장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한국 록의 창시자인, 전설같은 신중현씨가 그 자리에 있었다. 신씨는 이 영화의 음악을 맡고 있었다.

<하류인생>의 음악을 담당한 계기는.

이태원 사장이 노래방에서 내 노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부르다가 내가 떠올랐고, 마침 사무실로 올라갔더니 임권택 감독이 <님은 먼 곳에>를 틀고 있었다고 했다. 한달쯤 전 둘이 찾아왔고 흔쾌히 승락했다.

전에 임 감독 영화의 음악을 맡은 적이 있다는데.

60년대 말에 한편 했는데 제목이 생각 안난다. 그땐 영화음악을 그리 중시하지 않았을 때이고. 70년대 초반까지 영화음악 여러 편 했었다. 75년에 <미인>에 출연하고 음악도 했다가, 그 이후로 활동이 금지됐으니까.(인터뷰 도중에 울린 신씨의 핸드폰 벨소리가 <미인>이었다.) 임 감독과 오랜만에 만났지만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다. 잊고 있었던 영화음악에의 열정이 30여년 만에 되살아나고 있다. 외국음악 가져다 쓰고 하는 영화음악말고, 정통 음악인의 제대로 된 영화음악을 선보이려고 한다.

이 영화의 음악은 어떤 분위기로 가져가려 하는가.

영화의 분위기는 임 감독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또 그게 내가 살아온 시대니까 바로 와닿았다. 하지만 화면을 보아야 하니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50년대말에서 70년대초, 그 시대는 자기를 표현할 자유와 힘을 잃었던 시대다. 우리나라 예인들이 혈기가 있던 때인데, 정치변화에 치이고 묻히면서 무력해졌다. 예인들의 패기를 꺾던 그 시절, 여러 상황을 끄집어내면서 임 감독이 키포인트를 잡아낼 거다. 그걸 기대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자신이 만든 노래들을 삽입하는가.

임 감독의 컨셉이, 주인공 태웅은 <님은 먼 곳에>를 좋아한다. 그래서 다방에서도 태웅만 나타나면 다른 음악 멈추고 그걸 튼다. 그것말고 다른 노래들은 아직 모르겠다. 별도의 테마곡도 만들려고 하고. 연주곡 아닌 노래가 있는 걸로 만들고 싶은데, 그게 화면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감독과 상의를 해야 할 것이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