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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레네 | 미리 보는 상영작 11편
2001-05-24

역사의 밤과 안개, 어떤 영화의 기억들

밤과 안개

Nuit

et Brouillard 1955년, 32분, 흑백/컬러

유대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수용소의 기억을 다룬 다큐멘터리. 폐허로 남은 수용소의 현재와 과거의 자료 필름, 컬러와 흑백, 평정의 분위기와

끔찍한 공포, 자연환경과 건축물 등을 대비시키는 정교한 구성을 통해 끔찍한 경험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러면서도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영화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수용소에 프랑스 군복을 입은 간수가 등장하는 짧은 장면이 있었는데, 이것이 프랑스가 홀로코스트에

협력했음을 시사한다고 하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캠프에 수감된 경험이 있었던 장 카이롤이 내레이션을 썼다.

세상의 모든 기억

Toute

la Memoire du Monde 1956년, 22분, 흑백

레네가 <밤과 안개> 이후에 만든 단편 다큐멘터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이 영화에서 레네는 도서관이라는 비유를

통해 집단적인 기억, 혹은 기억의 메커니즘을 다룬다. 또는 이 영화가 프랑스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 해석이야 어쨌든 정부기관의

위임을 받고 문화적 선전을 위해 만들어진 이 영화가 전혀 교육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몇몇 관계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건축물과 기억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 단편은 레네의 장편 <지난해 마리앵바드>와 거울관계를 이루고 있다.

히로시마 내 사랑

Hiroshima,

Mon Amour 1959년, 91분, 흑백

평화에 대한 영화를 찍기 위해 히로시마에 온 프랑스 여배우인 ‘그녀’는 여기서 일본인 건축가인 ‘그’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와의 관계를 통해 ‘그녀’는 전쟁중 사랑했다가 마을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한 독일인 연인을 떠올리게 된다. 알랭 레네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모던 시네마의 역사에서 일종의 분기점에 속하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레네는 특히 병치의 방법론을 적절히 이용해 기억을 현재로 불러들인다.

전체적으로 <히로시마 내 사랑>은 ‘의식의 흐름’에 따르는 자유분방한 소설이나 에세이를 연상시키며 지금 보아도 여전히 아름답고 또

매혹적이다. 저명한 소설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시나리오를 썼다.

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

L’Annee

derniere Marienbad 1961년, 94분, 흑백

누보로망의 대표적인 소설가인 알랭 로브그리예가 시나리오를 집필한 레네의 두 번째 영화. 로브그리예는 이 영화에 대해 설득을

통해 유혹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듯 영화는 상당부분 X라는 남자가 A라는 여자를 설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두 사람이 1년 전 서로 사랑을 나눈 사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A는 그런 1년 전 일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 단순한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리얼리티’를 구성하는가, 또 어떻게 사람들이 어떤 존재에 의미를 갖다붙이는가 등에 관해 탐구한다.

전작 <히로시마 내 사랑>보다 순수 스타일쪽으로 더 밀어붙인 <지난해 마리앵바드에?gt;는 61년 베니스영화제에 처음 공개되어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뮤리엘

Muriel,

ou le Temps d’un Retour 1963년, 115분, 컬러

알랭 레네의 첫 번째 컬러영화로 복잡한 구성과 기억에 대한 감수성면에서 두편의 전작들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불로뉴의 자기 아파트에서

중고가구를 팔고 있는 중년 여성 엘렌느에게 옛 애인 알퐁스가 찾아온다. 25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려 하지만 잘되지가

않는다. 한편 엘렌느의 양아들인 베르나르 역시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는데, 얼마 전 알제리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뮤리엘이라는 알제리 소녀를 고문해

죽인 것에 대한 강박관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몽타주와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혁신적인 형식미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

전쟁은 끝났다

La

Guerre Est Finie 1966년, 122분, 흑백

지치고 노쇠한 직업혁명가 디에고는 프랑코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지하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다. 영화는 프랑스의 스타배우인 이브 몽탕이 맡은 디에고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파리에서 마드리드에 온 그는 마리안느와의 정착을 고려해보기도 하고 또 대학생 나딘을 만나기도 한다. 점차 피로와 자기의혹을

경험하는 디에고의 내면을 그려가고 있는 <전쟁은 끝났다>는 레네가 만든 또 하나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레네가

미래조건 시제라고 부른 플래시 포워드가 운명에 대한 시적인 감성을 잘 자아내고 있다.

미국에서 온 삼촌

Mon

Oncle d’Amerique 1980년, 123분, 컬러

프랑스 과학자 앙리 라보리의 행동이론에 대한 책을 읽은 레네가 그것에 흥미를 느껴 만들게 된 작품. 라보리가 자신의 이론을 개진하는 사이 사이에

세 인물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라디오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장, 여배우 자닌,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르네의 이야기가 그것. 그 이야기들을

통해 영화는 그들 인간들이 라보리의 실험에서 사용되는 쥐와 같은 존재는 아닌가, 라고 묻는다. 레네의 능란한 연출력과 장 그뤼오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솜씨가 다층적인 내러티브를 잘 전달하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세 인물들 이야기에 다니엘 다리외, 장 가뱅, 장 마레 같은 프랑스 스타들의 흑백필름들이

끼여드는 것도 흥미롭다.

죽음에 이르는

사랑

L’Amour

a Mort 1984년, 92분, 컬러

죽었던 고고학자인 시몬은 저 세상에서 돌아오게 된다. 그는 다른 세상에서 보았던 것에 사로잡혀 있다. 그의 여자친구인 엘리자베스는 치료를 해서라도

시몬을 살려두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자 엘리자베스는 시몬을 따라가기로 마음먹는다. 굉장히 과민하고 어두운 이 영화는

철학자 질 들뢰즈가 “영화사상 가장 야심적인 영화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던 작품이다.

멜로

Melo

1986년, 112분, 컬러

헨리 번스타인이라는 잊혀진 극작가가 1929년에 쓴 멜로드라마를 각색해서 만들어진 영화로 고도로 연극적인 영화에 대한 레네의 매혹이 잘 드러난다.

음악원 동기인 마르셀과 피에르. 재능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인 마르셀에게 피에르의 부인인 로멘느가 남편 몰래 접근하면서 관계의 꼬임이 형성된다.

영화평론가인 조너선 로젠봄은 레네가 이 영화를 가지고 음악이 곁들여진 드라마라는 ‘멜로드라마’의 본뜻을 잘 살려내고 있으며 또한 프랑스영화계에서

배우를 가장 잘 다루는 현존하는 영화감독임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레네가 지적인 영화감독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할

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스모킹

Smoking

1993년, 140분, 컬러

<스모킹>과 <노 스모킹>은 학교 교장의 아내 실리아가 담배를 피느냐 아니면 피지 않느냐에 따라 요크셔 지방 사람들에게

어떤 상이한 결과가 생기는가를 보여준다. 어느 날 아침 정원에서 실리아가 탁자 위에 놓인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피운다. 이어 학교 수위인

리오넬이 실리아의 집에 들르는데, 창고를 정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리오넬은 갑자기 실리아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여기서 시간이 건너뛰면서

중요한 변수들이 생김에 따라 사건이 어떤 결과를 낳는가를 여러 가지로 보여준다. <스모킹>과 <노 스모킹>은 프랑스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영화들인데, 프랑스사람들은 둘 가운데 <스모킹>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노 스모킹

No

Smoking 1993년, 145분, 컬러

<스모킹>과 동시에 만들어진, 그것의 자매편에 해당하는 작품. <스모킹>과 동일한 배경과 캐릭터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단 이번에는 실리아가 정원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하는 데서 영화가 시작한다. <스모킹>과 마찬가지로 이후로 영화는 여기서 어떻게

상황들이 전개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 알랭

레네, 매혹의 기억과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