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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구>로 감독 데뷔한 이윤택 인터뷰

상상력의 한계를 넘기위해 사랑을 담았다

용택과 미연의 사랑 이야기는 연극에 없던 부분이다. 영화 <오구>와 연극 <오구- 죽음의 형식>의 차이는 어떤 것인가. 연극은 서구의 드라마 구조가 없는 작품이었다. 우리 전통 연희의 형식인 8장 구조를 빌려왔고 각 장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인 것이다. 이는 관객이 알아서 주제를 선택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보는 사람마다 연극의 주제를 달리 받아들이게끔 된다. 영화는 연극의 이런 수평적 구조를 차용하면서 서구 드라마의 플롯인 수직적 구조도 들어 있다. 용택과 미연의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다. 연극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대신 상상력에 제한이 있지만 영화는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 점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 수직적 구조를 빌려왔다.

연기의 패턴이 여러 가지다. 영화의 연기와 연극의 연기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맡는 역에 따라 연기 패턴이 정해지는 것이다. 저승사자는 환상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일상적이지 않은 연기를 시켰고 다른 사람들은 현실적인 연기를 한다. 이건 감독이 연기를 설계한 것이다. 영화 속에 판타지와 일상이 들어 있는데 일상적인 연기와 판타지의 연기는 달라야 한다고 본다. 연기뿐 아니라 음향도 그렇다. 시사회에서 틀었던 프린트는 전체가 일관성을 갖도록 음향처리를 한 버전인데 극장 개봉하는 버전은 약간 수정을 했다. 현실적인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에서 음향도 달라질 것이다.

연기의 톤이 왔다갔다해서 극의 맥락을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일부러 관객의 정서를 환기시키야 한다고 생각했다. 흔히 영화에서 잘 안 쓰는 방법이긴 한데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 영화의 연기가 너무 위축돼 있다. 리얼리즘에 매달려 상당히 갑갑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다양한 연기 패턴을 수용할 수 있었으면 싶다.

첫 영화로서 상당히 모험적인 시도가 아닌가. 우리 영화계가 ‘영화적’이라는 말을 너무 좁게 보는 것 같다. 지나치게 전경과 디테일에만 매달리는 게 아닌가. 전경만 너무 강해서 그림 뒤에 있는 의미나 생각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영화에서 신경쓴 부분은 그것이다. 내게 영화적이라는 것은 후경이 있느냐 없느냐,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