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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에게 동선을 좀 더 주고 싶었다˝ <천년호> 이광훈 감독 인터뷰
이영진 2003-11-25

<천년호>는 이광훈(45) 감독의 네번째 영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영화과를 졸업했던 그는 데뷔작 <닥터봉>으로 그해 최고 한국영화 흥행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패자부활전>(1997), <자귀모>(1999) 등을 연출했다.

<자귀모>를 끝낸 다음 3년 정도 공백이 있었다. 영화 준비 했지 뭐 했겠나. 씨네2000에서 로맨틱코미디를 할 계획이었는데 나랑 작품의 방향이 좀 달랐다. 그래서 <천년호>를 하게 됐다. <천년호>는 몇년전에 우연하게 권일로 선생의 시나리오를 읽게 됐는데, 스토리가 재밌다고 느껴져서 김형준 대표에게 한번 제작해보라고 제의했던 거다. 처음에는 별로 연출할 생각이 없어서 김 대표에게 소개만 한건데, 어느새 판권 사놨다며 기다려줄테니 연출까지 하라고 하더라.

연출을 맡게 된 이유가 뭔가. 원작에서 마음에 든 부분이 있어서일텐데. 이야기 구조가 좋았다. 요괴로 변한 자신의 여자에게 칼을 겨눌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상황 같은 거. 그런 설정은 가져가되 대신 인물들에게 동선을 좀 더 주고 싶었다. 원작은 아무래도 세트에 얽매여 촬영을 진행해서 그런지 좀 답답한 부분이 있다. 그런 걸 전투 장면이라든지 여왕이 대신들과 회의를 한다든지 하는 등으로 보충했다.

멜로 코드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여왕이 음탕한 여자로 그려져 악역에 가까웠는데 그걸 요즘 관객들이 못 받아들일 것 같았다. 나 또한 공포영화에는 별 관심이 없는데다 그런 지적들이 있어서 비하랑과 자운비의 멜로 코드를 강화했다. 이를 지켜보는 여왕 또한 신분 때문에 사랑을 포기해야만 했던 진심어린 인물로 묘사했고.

신상옥 감독의 영화를 리메이크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프리프로덕션 때였는데 홍콩에서 누군가 묻더라. 신상옥 감독 영화 아니냐고. 그러니 부담이 없었겠나.(웃음)

한 두 장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 현지 로케이션인데다 스탭들도 중국인이 많았다. 아무래도 문화가 다르니까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중국 스탭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들도 좀 강해서 애먹은 부분도 있다. 한국에서야 제작 사정이 이러니 밤샘 촬영 하자고 하면 다 같이 가는데 거기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면서 갈등이 일기도 했다. 또 감독은 한국 출신, 촬영감독은 중국 본토 출신, 무술 감독은 홍콩 출신이다 보니까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퀄리티에 만족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믹싱을 다시 하고 있는데 CG나 음악 등이 아무래도 좀 걸린다. 개인적으로는 상황에 쫒기더라도 그때는 그냥 밀어붙여야 했는데 하는 장면이 몇 있다. 자꾸 현장에서 시나리오 수정하고 했는데 그래선지 전체 호흡이나 긴장감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