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미 영화협회 회장 잭 발렌티 사임 초읽기
김혜리 2003-11-25

유력한 회장 후임자로 공화당 의원 빌리 타우진 거론돼

미국 영화협회(MPAA)의 회장 잭 발렌티(82)가 이르면 내년 1월, 늦으면 3월경에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 38년간 미국 영화계와 워싱턴 정가에서 회원사인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 역을 맡아온 잭 발렌티는, 지난 여름 은퇴의 뜻을 비쳤으나 정확한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발렌티의 사임은 오랫동안 계획된 행보로, 최근 오스카 캠페인용 시사 테이프 금지령이 빚은 물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발렌티의 유력한 후임자로 거명되고 있는 인물은 미국 연방의회 에너지통상위원회 의장인 공화당 의원 W. J. 빌리 타우진(60)으로 <LA타임스>는 MPAA와 스튜디오의 고위직 인사들이 타우진과 물밑 협상에 들어갔다고 썼다. 한편 타우진의 대변인 켄 존슨은 “MPAA 관계자 누구도 회장 승계건으로 타우진 의원을 접촉한 적이 없다. 그러나 잭 발렌티가 은퇴하고 MPAA가 공식적인 제안을 한다면 타우진은 경청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에너지, 의료, 인터넷 스팸과 관련된 세 가지 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W. J. 빌리 타우진은 의회 개회 기간 중에는 MPAA와의 협상 노출을 꺼리고 있다. <LA타임스>는 본격적인 타우진 영입 교섭은 MPAA 재정위원회 멤버인 바이어콤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조너선 돌젠 회장, 뉴스 코퍼레이션의 피터 셰닌 회장, 월트 디즈니의 로버트 이가 회장이 잭 발렌티와 더불어 추진할 것이라고 썼다. MPAA 회장직을 수락할 경우, 타우진은 직권 남용 방지를 위한 법률에 따라 향후 1년간 할리우드를 위한 정계 로비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선거가 있어 정치권이 분주한 2004년에 어차피 별다른 로비 활동을 기대하지 않고 있는 스튜디오들은, 타우진의 한시적 핸디캡을 문제삼지 않을 태세라고 는 썼다. MPAA 회원사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대표들은 은퇴 일정을 전적으로 잭 발렌티에게 맡긴 상태다. 백악관 스탭일을 그만두고 부임한 1966년부터 줄곧 회장직을 수행해온 발렌티는 사임 뒤에도 MPAA의 ‘체어맨’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전미 극장주협회와 협력하는 영화 등급 관련업무를 계속할 계획이다.

연봉 100만달러에 화려한 사교계 활동, 세계 각지 명소로의 여행이 보장되는 MPAA 회장직은 더없이 매력적인 직업으로 보이지만, 후임 MPAA 회장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잇다. MPAA가 과거처럼 영화인들의 단단한 결속체가 아니라 거대 미디어 그룹의 매우 느슨한 조직으로 바뀐데다가, 할리우드의 독점을 견제하는 각국의 시장 수호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폭력 묘사에 너그러운 등급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높아가는 등 당면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의 피터 바트 편집장은 자신의 칼럼에서 후임자가 1년을 버티지 못할 거라는 극히 비관적 의견을 피력하며 “스튜디오들은 진정한 잭 발렌티 계승자를 결코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발렌티가 수행했던 것 같은) MPAA 회장의 직책은 이미 사라졌고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라고 비장하게 단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