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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장금’ 떠난 정상궁역 여운계
2003-11-27

“한상궁이 최고상궁으로 자리잡게 완벽하게 해놓고 죽었으면 좋았을텐데….”

25일치 방영분을 끝으로 <대장금>을 떠난 정상궁은 아쉬움이 많은 듯했다. 수랏간 상궁과 나인들의 반발과 외면 속에 최고상궁이되 인정받지 못하는 한상궁을 남겨두고, 60여년의 한많은 궁중생활을 마무리한 탓이다. 탤런트 여운계는 불의에 맞서는 확고한 원칙주의자이면서도 성실하게 노력하는 아랫사람에게는 온갖 정을 마다지 않는 정상궁역을 탁월하게 연기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흔치않게 여성들이 중심이 된 드라마에서 다른 여성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를 적절히 밀고 당기며 조율해낸 정상궁은 분명 음식 이야기 못지않게 드라마를 재미있게 만드는 큰 축이었다. 여운계는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아직 ‘정상궁’이었다.

그는 “한상궁이 분명히 법통을 이어받았는데도 모든 사람이 수긍하지 않아 굉장한 곤경에 빠져 있다”며 “내가 만약 남았다면…”이라는 가정법을 구사했다. 여차하면 다시 <대장금>으로 돌아갈 태세다. 여운계는 사극에 출연하는 대개의 여자 연기자들이 그렇듯 타래머리를 얹고 다니기가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지난 10월 제작현장에서 만난 한상궁역의 양미경도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원형탈모증이 생길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여운계는 “굳은 목 근육이 안 풀려서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며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극이 진행되는 동안 끝없이 자신에 대해 모반을 꿈꾸고 이제는 그의 애제자 한상궁을 몰아낼 궁리만 하고 있는 최상궁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견미리는 실제로는 굉장히 친해요. 내가 드라마를 떠나게 된 것을 제일 가슴 아파하고 있어요. 이제 누구에게 투정을 하겠어요. 미리가 악역을 맡아 너무 충실하게 하다보니 제 주변에서는 착각을 하는 이도 있더라고요. 우리 친구들 가운데 어느 정도 지적인 수준에 있는 분들도 ‘견미리 꼴도 보기 싫다’고 그러더라구요. 아마 미리가 한상궁을 했어도 잘 했을 거에요. 악역을 하다보면 욕 먹을 수도 있지만 끝까지 성격대로 하기를 바래요.”

정상궁의 뒤를 이은 한상궁은 현재 자신의 나약한 정치적 입지를 돌파하기 위해 대왕대비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상태다. 최고상궁 자리를 위한 재대결을 벌여 만약 자신이 이길 경우 전권을 달라고 했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던진 일종의 승부수다. 얼마전 신문 1면에서 본듯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 한상궁에게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물었다.

“천민인 노비 출신으로 최고상궁의 자리란 뚫기 어려운 벽이기는 하다. 그러나 내가 재목이 된다고 생각해 지목을 한 것이고, 지금은 발탁이 된 상태 아니냐. 다른 곳과는 달리 수랏간은 음식만 잘하면 수장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정 궁인 내가 평가하기에 한상궁은 할 수 있다. 꿋꿋이 밀고 나갔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다. 추위가 자꾸 깊어진다. 12월, 1월 잘 넘기고 몸 건강 지키면서 잘 하도록 당부하고 싶다.”

딸과 아들 하나씩 있으나 다 출가시키고 남편과 살고 있는 여운계는 “밤샘 촬영에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이 평소보다 좋지 않아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만 대장금 뜨면서 같이 즐거워했다”며 “당분간은 출연 계획 없이 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