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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을 쥐게 하는 타란티노의 음악,<킬빌> O.S.T

타란티노의 감각은 죽지 않았다. 잔혹극, 무언극, 애니메이션, 황당무계 액션극, 온갖 스타일의 그야 말로 체계적인 혼합. 그 아니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영화를 들고서, 타란티노는 마치 코마에서 깨어난 킬러처럼 6년간의 공백을 깨고 나타났다. 그리고 관객을 향해 사무라이처럼, 이소룡처럼, 그리고 정통 킬러영화의 킬러처럼 각종 스타일을 버무려 쏘아대고 찔러대고 갈겨댄다. 발군의 액션신, 낭자한 피, 박식의 하늘을 찌르는, 영화사의 구석구석에 대한 완벽하고도 집요한 이해와 그 이해를 다시 자기 것으로 끌어들이는 대가적 교묘함까지, 타란티노의 새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실로 많다고 할 수 있다.

‘보여주고’ 있는 것도 많지만 ‘들려주고’ 있는 것도 많다. 타란티노만큼 발군의 음악 선곡 감각을 지닌 이도 드물 것이다. 물론 그의 주위에서 일하는 음악감독들의 실용적이고도 전문적인 감각을 빌린 것이겠지만, 음악의 기본 컨셉은 다른 어떤 감독의 그것보다도 특색있는 색깔을 지닌 타란티노만의 것이 있다. 그 점은 예전 영화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조금 영화 자체가 집중력이 떨어진다 싶던 영화들도 O.S.T만은 늘 훌륭했다.

그의 음악적 컨셉의 제 1주제는 ‘환기력’이다. 원래 음악이라는 게 강한 환기력을 지니고 있다. 오죽하면 인도 사람들은 음악이 우주의 원리 자체를 환기한다고 볼까. 타란티노는 누구보다도 그것을 잘 이용한다. 이 말은, 그가 음악을 ‘과거형’으로 쓴다는 말과 거의 같다. 그는 절대 미래형으로도, 심지어 현재형으로도 음악을 쓰는 일이 거의 없다.

제 2주제는 ‘희소성’이다. 그는 잘 알려진 노래들은 잘 쓰지 않는다. 히트 차트에서 상위권에 들어 사람들에게 너무 잘 알려진 노래들을 쓸 때에는, 거의 100% 키치적인 발상이 개입된다. 그런 노래들 대신 그는, 그리고 그의 음악 스탭들은 사람들 귀에 걸릴 듯 말 듯하는, 들으면 ‘아, 이거’ 싶지만 듣기 전에는 기억의 자장 안으로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 노래들을 귀신같이 잡아내어 O.S.T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런 노래들은 굉장한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 아, 어디서 들어봤더라. 가물가물… 그러면 기억력은 촉수를 총동원하여 과거의 것들을 머릿속에서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집중력이 발휘되고 따라서 사람들은 영화 속으로 빠진다.

세 번째 주제는 ‘장르’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이면서도 장르적 특성이 명확한 것들만을 골라 쓴다. 그가 고르는 노래는 늘 그 노래가 속해 있는 장르의 맥락과 상황을 대표한다. 그래서 하나의 노래 장르가 가지고 있는 핏줄처럼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덤터기로 끌어들여 영화 속에서 이용해 먹는다.

<킬 빌>의 O.S.T는 그러한 타란티노적 원칙들의 완전한 집적물이 아닐 수 없다. 포문을 여는 낸시 시나트라의 <뱅뱅>은 굉장한 노래다. 프랑크 시나트라의 딸이 부르는 이 왕년 히트곡은 슬프고도 아름답고 심플하면서 잔혹한, 영화의 모태를 들려준다. 두 번째 곡은 찰리 페더스의 와일드한 로커빌리. 아이작 헤이즈의 B급 수사물 테마, 카우보이 하모니카, 테크노, 힙합, ‘우후∼’ 하는 가사만이 존재하는 예전 밴드 ‘5, 6, 7, 8’의 장난스러운 곡, 버나드 허먼, 산타 에스메랄다, 심지어 팬플룻의 명인 게오르그 장피르의 너무나 잘 알려진 멜로디와 일본 엔카까지, 실로 노래들이 지니고 흡입력 때문에 O.S.T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드문 O.S.T다. 이 컴필레이션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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