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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다음달 5일부터 열려
2003-11-28

영화독립군 거침없는 대학로 점령

한국 독립영화 최대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 2003년 행사가 12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극영화, 다큐멘타리,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지난 1년 동안 만들어진 독립영화 가운데 엄선된 60편이 이번 행사기간 동안 경쟁을 벌인다. 또 해외초청작 19편을 포함해, 국내외 독립영화 42편이 비경쟁 초청작으로 함께 상영된다. 상영장은 서울 대학로의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과 하이퍼텍 나다 두곳이다.(서울독립영화제 2003 홈페이지 www.siff.or.kr, 전화 02-362-9513)

이번 행사는 전신인 ‘한국독립단편영화제’부터 치면 29회이고, 이름을 ‘서울독립영화제’로 바꾼 뒤로 2회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의 표어는 ‘충돌’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충돌 안에서, 새로운 흐름과 에너지를 감지해 내자는 취지를 담았다. 올해의 표어는 거기서 한발 나아가 ‘거침없이’이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말끔하고 말쑥하자는 게 아니라, 거침없이 발언하고 구애받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여건들을 넘어서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 표어를 반영하듯 올해 경쟁작들의 큰 특징은 IMF 구제금융 이후 다시 닥친 경제란 속에서 발생하는 지금 이 사회의 문제들에 직접 다가서는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쉽게 나오기 힘든 장편 다큐멘타리들이 여러편 출품됐고, 애니메이션 분야의 선전도 눈에 띈다.

국내 초청작 중엔 김명준 감독의 <‘하나’를 위하여>, 거식증에 걸린 한 여자의 이야기인 <그집앞>(김진아 감독) 등 화제작이 많다. <‘하나’를 위하여>는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여성 독립영화 감독 조은령이 찍던, 일본의 조선학교를 다룬 영화 ‘하나’의 미완성 촬영분에 남편인 김명준이 부인의 이야기까지 함께 보태 완성한 다큐멘타리이다. 해외초청작은 브라질과 칠레의 독립 장편영화 10편, 오스트레일리아의 단편 9편 등 19편이다. 우발적으로 동네 건달을 죽였다가 영웅이 되자 내친 김에 킬러가 돼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그 남자 최고의 해>(브라질, 호세 엔리크 폰세카 감독)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색채를 빌린 사회드라마이며,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섹스와 우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살피는 <어느날 갑자기>(아르헨티나, 디에고 레르만 감독)는 이번 영화제 개막작이다.

단편 경쟁작

단편 경쟁작은 애니메이션 10편 포함해 37편. <여기가 끝이다>(박인제 감독)는 남한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탈북 청년의 이야기이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남한의 풍경을 익숙한 듯 낯선 것으로 만드는 세련된 연출이 소재의 직설성을 녹여버린다. <나무들이 봤어>(노동석 ˝)에서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나선 어린이는 어른들의 장난으로 고생한다. 그 어린이의 눈높이로 잡아챈 골목길의 세계가 거꾸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성인 버전 같다. 달팽이를 키우면서 달팽이의 온갖 습관, 달팽이가 병에 걸렸다가 약을 먹고 회복하는 과정까지를 담은 <달팽이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최수영)는 화자의 감정을 담아 쓴 수필같은 다큐멘타리이다. 정리해고된 한 중산층 남자의 악몽같은 판타지 (하준원)는 올해 칠레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극영화상을 받았고, 영어를 둘러싼 실험영상으로 한국사회의 식민성을 드러내는 <제3언어>(손광주)는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수상작이다.

올해 단편은 실사영화 못지 않게 애니메이션들이 눈에 띈다. <볼록이 이야기>(김진만)는 이제껏 선보인 적이 없는 ‘국수 애니메이션’이다. 삶지 않은 국수 묶음의 종단면에, 뒤쪽에서 밀고 당겨 생기는 굴곡을 가지고 화면을 만든다. 내용도 그 기법에 어울린다. 오목이들이 사는 별에서 왕따가 된 볼록이의 사랑이야기다. <지옥>(연상호)은 죽음과 지옥의 강박증에 쫓겨 사는 이의 악몽같은 삶을 다루는데, 화면이 <공각기동대>나 <인랑>같은 저패니메이션을 연상케 한다. 테두리선이 분명한 삽화체의 인물들이 정확한 데생에 힘입어 생동감을 얻는다.

중장편 경쟁작

올해 중편경쟁에 상영되는 작품은 총 14개. 20분에서 한시간 미만의 작품들로 다큐에서 SF까지 다양한 장르들의 성찬이다. <목두기 비디오>(윤준형)는 얼마 전 텔레비전에 소개되면서 ‘귀신이야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소문난 가짜 다큐멘터리. 여관방 몰카 비디오에서 귀신의 형상이 나타나면서 귀신의 사연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간다. 촬영과정만 2년이 걸린 <편대단편>(지민호)은, SF는 자본력의 결과물이라는 통념을 깨는 신선한 저예산 SF물. 미래사회에서 기억을 삭제당한 군대의 요원이 전투과정중 기억의 조각을 발견하면서 겪게 되는 혼란을 음울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렸다. 켄 로치의 <빵과 장미>에 대한 헌사로 제목을 달았다는 <빵과 우유>(원신연)는 해직통보를 받고 자살을 결심한 철도원 노동자가 철로에 누워있다가 엉뚱한 곳에서 굴러떨어지는 낙석을 피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블랙 코미디 영화다.

지난해에 비해 두배가 넘는 출품작들이 경합을 벌인 장편부문에서는 9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이 가운데 7편이 우리 현실의 문제를 응시한 다큐멘터리다. 10년 이상 비전향 장기수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의 삶을 응시한 <송환>(김동원)엔 장기수 할아버지들에 대한 애정과 남·북한 사회에 대한 감독의 단순치 않은 생각이 오롯이 담겨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김환태)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처음 스크린 안으로 끌어왔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경순)은 말많고 탈많았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내부의 갈등과 모순을 담았다. ‘짬뽕 장르’임을 내세우는 옴니버스 프로젝트 <제국>은 7팀의 독립영화 제작 집단이 만든 7개의 작품을 엮은 것으로 ‘제국’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다양한 소재를 통해 각자의 생각을 서로 다른 장으로 풀어냈다. 글 임범 김은형 기자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