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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걸작선] 한국영화, 최초로 키스하다,<운명의 손>
이승훈( PD) 2003-12-03

운명의 손 | 1954년 | 흑백 | 90분 | 감독 한형모 | 출연 이향, 윤인자, 주선태 | EBS 12월7일(일) 밤 11시

12월엔 한국영화사 최초 혹은 최고의 기록을 가진 영화들로 묶어보았다. 첫 영화로 선정된 <운명의 손>은 한국 영화사 최초로 키스신이 들어간 영화이다. 1954년 작품이니까 EBS에서 방송한 영화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이기도 하다. 윤인자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당시로선 상당히 세련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자유만세> <마음의 고향> 등의 촬영감독이기도 했던 한형모 감독의 화면에 대한 감각과 계산이 잘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카바레 마담으로 위장하여 스파이활동을 하는 윤인자는 고학생으로 위장하여 활동하는 방첩장교 이향을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데, 어느 날 우연히 이향의 정체를 알게 된 윤인자는 이향을 유인해 처치하려다 결국은 사랑을 선택하지만 모두 죽고 만다는, 줄거리만 보면 흡사 시리즈의 <나를 사랑한 스파이>쯤이 생각난다. 아마도 그 당시 관객에게 이런 줄거리와 세련된 화면의 이 영화는 적잖은 충격과 설렘을 전해주었으리라.

50년 뒤 이 영화를 보는 지금의 세대에게 이 영화는 최초의 키스신이 어떠할까에 더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좀더 영화를 꼼꼼히 뜯어보면 한형모라는 50년대의 걸출한 대중영화 감독의 손결이 보일 것이다. 이 영화만으로 확인이 안 되는 분들은 다음주의 한국영화 최초의 논쟁작 <자유부인>을 통해 재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