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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 쿨, 그리고 애절 〈ing…〉OST

신예 여성감독 이언희의 데뷔작 〈ing…〉는 일단 성공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데, 특히 O.S.T의 인기가 앞장서서 영화의 관심을 부추기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이별의 아픔을 뛰어넘어 현재진행형으로 기억되는, 짜릿하고도 순수한 사랑 이야기의 음악감독을 맡은 이는 방준석. 그는 이미 <공동경비구역 JSA> <YMCA야구단> <후아유> 등의 영화에서 탄탄한 음악성을 선보인 바 있다.

방준석이 이번 <ing…>의 오리지널 스코어에서 강조한 사운드는 제프 버클리, 스매싱 펌킨스 등을 연상시키는 얼터너티브한 모던 록 사운드. 거기에 애절한 발라드들이 섞인다. 젊은 사람들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영화답게 점잔빼는 분위기보다는 젊은 분위기를 채택했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같은 고전적인 악기의 사용을 줄이고 스트레이트하면서도 순진하고 쿨한 느낌이 드는 전기기타 사운드를 과감하게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의 기타 소리는 강할 때 강하고 부드러울 때 부드러우면서 삐딱할 때는 밉지 않게 삐딱하다.

이미 ‘유앤미 블루’라든가 ‘어어부 프로젝트’ 등의 밴드에서 정갈하고도 힘있는 모던 록 기타 사운드를 선보여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방준석의 기타가 또 한번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다. 영화 <후아유>에서도 이와 비슷한 톤의 사운드트랙을 제시하여 깊은 인상을 남긴 그로서는 자신의 록에 대한 열정을 이번 O.S.T에서 다시 한번 확인시키고 있는 셈.

방준석의 음악은 전반적으로 차분하다. 분위기에 휘둘리거나 쓸데없이 흥분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읽어낸다. 물론 거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음악은 담담함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다양한 감정의 흐름을 잘 소화해낸다. 청춘영화답게 때로 코믹, 때로는 순수, 때로는 사랑의 감정, 때로는 쿨하고 애절한 분위기가 영화에 즐거운 기복을 만들어내는데, O.S.T는 그 기복을 잘 따라가고 있다.

또한 방준석의 음악적 동료들도 O.S.T에 참여하여 독특한 느낌을 내고 있다. 뮤직비디오로도 만들어진, 예전 유앤미 블루 시절 함께 밴드를 이끌었던 이승렬의 타이틀 곡 <기다림>은 애절하면서도 순수한 남자의 마음을 노래한 모던 록 발라드 넘버. 신예 여가수 이지선의 곡 <선플라워>는 상큼한 리듬감으로 다가온다. 영화가 끝나도 젊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남긴 아름다운 기억들은 음악들을 통하여 영원히 현재진행형으로 남는다. 방준석의 O.S.T는 두고두고 추억을 간직해주는 사진첩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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