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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이슈] 한국영화 ‘외화내빈’
2003-12-16

얼마 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2002년 한국영화 수익성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필자도 연구진으로 참여하여 작업한 연구였는데, 말 그대로 2002년 한국영화들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 되는가를 개별 영화별로 정보를 취합하여 분석한 결과물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한국영화들이 대략 편당 5억∼6억원의 손실을 기록하여 손실률이 15∼16% 사이가 될 것이라고 하니, 지난해 한국 영화인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졌던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이 보고서 전문은 영진위 홈페이지 www.kofic.or.kr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어 거론하는 것이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문제는 비용 상승의 속도가 수입 상승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사실에 있었다.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영화들이 잡아먹은 상승분을 감안하더라도, 평균 비용은 2001년에 비해 30% 이상 상승한 반면(대략 25억원에서 33억원으로 상승했다), 편당 평균 수입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답답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쉽게 좋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당연하게도 비용을 억제하든지 시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는데 문제는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극장 수입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한국영화의 점유율 상승은 어느 정도 한계치에 도달한 것 같고, 멀티플렉스의 건설을 통한 스크린 수의 증가 역시 2∼3년 안에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디오 저작권료는 바닥권에 머무르고 있고, TV 저작권료 역시 크게 개선될 여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DVD 시장 또한 현재로선 수익성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수출이나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매체에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보지만 전체 시장 규모를 크게 상승시킬 정도는 못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비용을 현재 수준에서 묶어두는 것(혹은 시장 규모의 증가율에 맞춰 상승시키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라면 대안인 셈이다. 물론 일단 시작된 상승 추이를 꺾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희망적인 사실은 현재 제작비에 거품이 제법 많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지르고 보는 광고비, 사전 제작단계에서 준비를 제대로 못해 늘어나는 제작기간, 비용관리와 인력관리의 낙후성 등 아직은 개선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영진위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순제작비를 기준으로 구간을 묶어 규모별 수익률을 계산했는데, 평균 순제작비 규모보다 10억원이 적은 구간이 플러스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흑자를 본 영화의 편수도 다른 구간보다 비교적 많더라는 것이다. 큰돈을 들이면 크게 번다는 이른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신화에 굳이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말일 터이다.

수익률과 관련해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한국영화에 대한 극장의 수익배분율(부율) 차별문제다. 수입통제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수의 영화들만이 수입되어 외화가 귀하게 대접받던 소싯적 관행이 아직도 남아 한국 영화계의 목을 조르고 있다. 극장들은 현재 한국영화의 편당 동원 관객 수가 외화의 3∼4배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조준형/ 경희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