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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 영화 <바람의 전설>
2003-12-17

15일 밤, 대전시 유성구 충남대학교 병원의 8층 옥상. 한겨울 추위는 콧물까지 얼어붙게 하고 옥상 특유의 찬 바람은 눈에 보일 듯 매서운 이곳. 한쌍의 남녀는 달빛 아래 여유롭게 춤을 추고 있고, 주변에 모인 100여명의 사람들은 추위에 떨고 있다. 감독도, 배우도, 스태프도, 취재온 기자들도 그리고 목발 차림으로 구경나온 환자들과 동네 아줌마들까지 오들오들 떨고 있는 이곳은 영화 <바람의 전설>의 촬영 현장이다.

<바람의 전설>은 처음 시도되는 본격 춤영화. 주인공 풍식(이성재)은 생식회사 총판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그는 어느날 우연히 사교댄스의 세계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 대한민국 1류 댄서가 되기 위해 전국 여행을 떠난다.

한편, 여형사 연화(박솔미)는 춤바람난 경찰서장의 부인이 '제비'에게 수천만원을 갖다 바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풍식을 주변을 맴돌고 그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환자로 위장해 접근한다.

이날 촬영은 풍식이 병원 옥상에서 연화에게 춤을 가르쳐주는 장면. 교통사고 당했던 부인을 디스크로 입원한 병원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던 감독의 경험이 들어 있는 신이다. "처음에 솔미씨는 베이식 스태프. 자세 잡으면 풍식이 와서 포즈 잡아줘야돼."(감독) "내가 이렇게 카메라 앞에 들어가도 되나?"(이성재) "되지, 금방 빠지면."(감독)

춤추는 장면은 충분한 리허설이 필요한 신. 카메라와 배우의 움직임이 정확히 맞아 떨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배우와 감독은 카메라와 모니터 앞을 왔다갔다 하며 벌써 30분째 동작을 맞춰보고 있다.

영화의 중심 소재가 스포츠 댄스인 만큼 배우들의 춤솜씨는 필수. 댄스에 문외한이었던 두 사람은 촬영 전 석 달여 동안 연습실에 살다시피 하며 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춤 지도를 맡았던 샤리권씨의 평가대로 하면 여주인공은 춤 감각이 있는 반면 남자주인공은 그와는 정반대였다고. 처음 춤을 배우러 연습실을 찾았을 때 '구제불능의 몸치' 판정을 받았던 이성재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되는 지독한 연습으로 지금은 프로급 댄서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날 촬영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추위. 배우들은 '슛'이 들어가기 직전까지 두꺼운 옷을 껴입고 있고, 감독은 곰 무늬의 담요를 치마로 말았다. 두 주인공에게는 추우면서도 추워 보이지 않아야 하는 것도 큰 도전. 이성재는 중간중간에 차가워진 양말을 계속 새 양말로 갈아신고 있다.

"야, 쏠(박솔미)."

연방 귀엣말로 이성재와 연기에 대해 상의하던 감독이 모니터 앞에서 난로를 쬐던 박솔미를 부르고 환자복 차림의 박솔미가 카메라 앞에 섰다.

"촬영 들어갑니다" "자, CD 틀고, 슛"

힘들게 촬영을 시작한 장면은 바로 `컷' 사인과 함께 NG 판정을 받았다.

박솔미의 춤 동작이 '처음 배우는 사람치고 너무 부드럽다'는 지적. 컷 사인이 나자 결승점을 통과한 마라톤 선수들에게처럼 파카가 덮여지고 주변에서 난방용 팩을 건네자 손사래를 친다. "이거, 아무 소용 없어. 캐나다에서 <빙우>때 다 해봤거든."

시간을 자정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옥상에는 달빛 대신 대형 조명이 비추고 있고 옥상에는 모든 사람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뛰고 있다.

현재 70% 가량 촬영을 마치고 다음달 중순께 크랭크업할 <바람의 전설>은 4월 2일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