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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감독 영화·실연 고통 담은 시집 내
2003-12-22

“나는 왜 이렇게 비틀댈까…”

영화감독 장선우(51)씨가 첫 시집 〈이별에 대하여〉(창비)를 상재했다. “쉰이 넘은 나인데 나는 왜 이렇게 비틀댈까/ 내일은 올 들어 가장 발달한 눈구름이 다가온다는데/ 다 팽개치고 눈 맞으러 달려갈 생각을 한다./(…)/ 구계등 바닷가에 자갈돌 밟으며 소리쳐 통곡을 할 생각을 한다/ 너는 누구니 도대체 너는/ 끝없는 그리움에 때로는 소스라치고 때로는 맥없이 주저앉고/(…)/ 미쳐도 곱게 미쳐야 할 텐데” (〈대설주의보〉)

장씨는 1980년대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다 직접 〈서울예수〉, 〈우묵배미의 사랑〉 등의 영화를 연출하며 평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영화인이다. 하지만 〈나쁜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비롯해 최근 몇 년 새 선보인 실험성 강한 작품들은 논란에 휩싸였다. 감독으로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터, “나와 내 영화에 대한 논란 때문에 받은 고통이나 실연의 아쉬움 같은 것들을 쓸어내기 위해 시를 썼다”는 그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들은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찍기 위해 타이행 비행기를 탔을 때 “〈경마장 가는 길〉의 엔딩처럼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난 이제 다시 옷을 벗습니다/부처님 앞에서/안에서/오체투지 108배, 108배, 1080배……//그녀는 그렇게 멀어지네요”(〈입재〉)

시집 들머리의 〈입재〉는 멀어져가는 연인의 뒷모습과 108배로 오체투지하는 고행의 세계를 ‘오버랩’시켰다. ‘재’ 또는 ‘안거’에 들어감을 뜻하는 불교용어에서 제목을 딴 이 작품은 마지막 시 〈회향〉과 어울리며 시집이 불교적 세계관에 따라 ‘편집’됐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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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