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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통합전산망 표류 끝나나
이영진 2003-12-22

<씨네21>이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방식은 그야말로 ‘원시적’이다. 해당영화의 배급사에 전화를 걸어 불러주는 숫자를 그대로 받아적는다. 말 못하겠다고 버티면 별 수 없다. 턱없이 관객 수를 올려부를 경우야 여러 배급사들에 전화를 돌리다보면 자연스레 드러나지만, 관객 수 기백명을 올려부르는 데는 도리가 없다. 박스오피스 하위권의 경우 기백명으로도 순위가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라고 상황이 그리 다른 것은 아니다. 한달에 한번씩 내놓는 서울관객 월별 집계는 수고로운 손길에도 불구하고 지연되기 일쑤다.

2004년 1월1일부터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을 가동하겠다는 영진위의 발표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영진위는 지난 12월15일 전산망 사업자와 영화관을 대상으로 통합전산망 연동 신청에 관한 공고를 내놨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시스템과 연결하는 데 기술적 문제가 없는 전산망 사업자를 연동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하나. 나머지 하나는 극장을 대상으로 통합전산망에 상영영화의 관객정보를 내줄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공고안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전국의 극장들이 얼마나 참여하는지가 관건이다. 현재 영진위는 대도시에 위치한 영화관을 우선 연동 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멀티플렉스 체인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멀티플렉스 체인 중 한곳은 이미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다. 영진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스크린의 40%에 해당하는 스크린을 연동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2005년에는 90% 수준인 1150개의 스크린으로부터 관객 수를 실시간(6분 이내)으로 전송받게 된다.

그러나 워낙 난항을 겪은 사업이다 보니 이번엔 또 어떤 덫이 발목을 잡을지 걱정부터 드는 것도 사실이다. 1996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시범사업자 선정에 있어 특혜 의혹이 일었고 정부는 궁지에 몰렸었다. 2000년부터선 영진위가 전산망 사업을 맡아 표준전산망이 아닌 통합전산망 형식으로 사업의 성격을 바꾸고 조율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도 업체간 반목, 극장단체들의 반발 등으로 계획 추진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스크린쿼터 감경 20일이라는 당근(?)까지 내놓았지만, 현재 여타 멀티플렉스 체인들은 이렇다저렇다 할 입장을 취하고 있진 않다. 특히 일부 극장에선 영진위가 요구하는 데이터가 굳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위가 요청한 데이터는 3가지다. 관객 수, 매출액 집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입장권 1매당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는 발권데이터와 1일 상영관별 관객데이터, 그리고 상영예정작 관련 데이터다.

극장쪽에선 이중 발권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에 대해 다소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상영관별 관객데이터만으로도 관객 수와 매출액을 알 수 있으니 박스오피스를 비롯한 각종 통계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발권데이터가 빠진 데이터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데이터의 경우, 최종 집계자는 극장이다. 영진위로선 전보다 관련 데이터를 빨리 받아볼 수 있지만 그 데이터의 신뢰도가 어느 수준인지는 알 수 없다. 혹시 극장쪽이 발권데이터를 줄 수 없다고 한다면 과연 통합전산망 사업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할 수 있을까. 영진위는 현재 극장쪽이 우려하는 영업정보의 누출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기술적 보완조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공은 극장쪽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