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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더 때려줘, 〈M과 N의 초상〉

그렇다. M과 N의 이야기다. M은 미츠루의 M, 과자 만들기가 취미이고 고수머리가 매력적인 고교 1학년의 여학생이다. N은 나츠히코의 N, 수재에 학급대표로 하얀 피부가 눈부신 남학생이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 이 정도의 미지근한 설정으로 요즘의 닳고 닳은 독자들을 구워삼을 수는 없다. 사실은 말이다. 여러분도 곧 알게 되겠지만 말이다. M은 마조히스트의 M, N은 나르시시스트의 N이었다.

<그 남자 그 여자> <타로 이야기> <미운 오리 왕자님>…. ‘다중인격자 러브코미디’라는 신종 장르를 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학원로맨스의 분명한 경향 하나가 보인다. 겉과 속이 다른 남녀들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히구치 다치바나의〈M과 N의 초상〉(대원씨아이)은 바로 그 장르의 틀을 조금 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바깥으로 당기고 있다. 칼끝에 손가락만 닿아도 황홀경에 빠져 에로에로해지는 여학생과 유리창에 비치는 자기 모습만 봐도 실신할 정도로 도취되어버리는 남학생의 조금 슬프고, 많이 웃기는 이야기이다.

사도마조히즘, 미소년 동성애 등 사랑의 극단을 탐닉해온 소녀만화로서는 이 테마를 패러디하며 웃고 떠드는 것쯤은 문제도 아닐 테지만, ‘M과 N’의 천연덕스러움은 무언가 새로운 질을 보여준다. 나츠히코와 미츠루는 학년 최고의 꽃소년 꽃소녀이지만, 둘이 동기들로부터 받는 취급은 하늘과 땅 차이다. 남학생들이 꽃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적당한 질투와 애호이지만, 여학생들은 숭배 혹은 저주라는 극으로 달리게 마련인 것이다. 그녀들에게 왕자 나츠히코에게 들러붙은 미츠루는 철저한 경멸과 제거의 대상으로, 만화는 미츠루가 온갖 부당한 수모를 이겨내며 사랑의 왕자님을 얻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이렇게 말하니 독자들은 미츠루와 동화되어 그녀가 겪는 아픔을 같이 괴로워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녀의 신발에 압정을 넣고 촌스러운 학 인형을 씌어 놀려대는 희열에 동참하고 있다. 약간의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이 만화는 M과 N을 놀려먹는 우리 S(사디즘)들의 이야기다.

M과 N 사이에 끼어들어 그들의 비밀을 캐내는 데 앞장서는 히지리야말로 우리의 대변자로, 그의 농간에 넘어가는 두 사람을 보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왠지 정상적인 연애의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데 대해 고민하는 미츠루에게 히지리가 ‘악마의 속삭임’을 불어넣는다. “그 녀석 호모 아닐까?” “그, 그럴 리가? 나츠히코는 단지 신사일 뿐.” “그럴까? 본인은 깨닫지 못해도 사실은 그런 케이스가 많이 있는 모양이던데. 여자를 사랑하지 못하는 데다가 변태 나르시시스트인 그 자식 때문에 몸도 마음도 다 망쳐버린 미츠루가 눈앞에 떠오른다.” 청춘은 불안하다. 제아무리 빈틈을 찾기 힘든 부자·수재·재능만점 미소년 미소녀라고 하더라도. 그 불안을 파고들어가 살짝 까발려버리는 것만큼 유쾌한 일도 없다.이명석/ 프로젝트 사탕발림 운영 manamana@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