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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봉태규’ 떴느냐? 더 뜨거라! [1]

“내게 충무로를 맡겨봐”

저무는 2003년, 한국 영화는 50%에 가까운 사상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서 2004년을 맞는다. 양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면서 흥행을 주도했다. 새 얼굴들이 이런 발전을 한 몫 거든 건 두말할 나위 없다. 서울 관객 100만명을 동원하며 올해 공포영화 붐을 견인했던 <장화, 홍련>에서, 과거의 죄의식 안에 차갑게 갇힌 수미 역의 임수정은 영화를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올해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세계 3대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바람난 가족>에서 이웃집 유부녀 문소리와 사고를 치는 고등학생을 맡은 봉태규의 찰진 연기가 없었다면 이 우울한 이야기가 생동감과 리듬을 갖기 힘들었을 것이다.

임수정은 대한민국 영화대상, 젊은 감독들이 뽑는 ‘디렉터스 컷’ 시상식 등 올해 말에 열린 6개의 영화제 가운데 춘사영화제를 뺀 나머지 5개의 신인 여자배우상을 휩쓸었다. 광고모델을 거쳐 지난해 <피아노 치는 대통령>의 조역으로 데뷔했으나, 완전한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장화, 홍련>의 오디션에 응시했다. 거기서 김지운 감독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연기가 뭔지 비로소 알게 된’ 임수정은 인기절정의 김래원과 함께 멜로영화 <…ing>에 출연해 연기 폭을 넓혔다.

봉태규는 전형적인 ‘길거리 캐스팅’으로 출발했다. 임상수 감독 <눈물>의 한 스탭의 눈에 띄어 불려갔다가 다른 스탭들이 “집에 가라”는 걸, 임 감독이 붙잡아 이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 한 것이 3년 전이다. 그러나 <눈물>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봉태규 스스로 인정하듯 ‘솔직히 꽃미남이 아닌’ 그가 다시 주연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품행 제로>를 거쳐 <바람난 가족>의 비중 큰 조역을 맡으면서 봉태규는 다시 ‘발견’됐다. 그는 올해 ‘디렉터스 컷’ 시상식에서 박해일과 함께 공동으로 신인 남자배우상을 받았다.

임수정, 봉태규 둘 다 아직은 자기 이미지가 굳지 않은, 그걸 막 만들어가는 시작 단계에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이들의 인상은 범상하지 않다. 차가와 보이는 임수정의 얼굴엔 그 또래 다른 여배우들과 다른 깊이감이 있고, 봉태규는 어떤 말로도 설득될 것 같지 않은 반항기를 풍긴다. 이 둘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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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