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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봉태규’ 떴느냐? 더 뜨거라! [3] - 임수정

임수정이 말하는 임수정, 김지운 감독이 본 임수정

“활짝 웃을수 있다니 몰랐던 나, 연기에서 만나”

사진기 앞에 섰을 때, 임수정(23)의 얼굴엔 수줍은 듯 홍조가 생겼다. 영화 속 인물로 무비 카메라를 마주할 때와 달리, 임수정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아직도 익숙치 않은 모양이다. 영화 데뷔 2년도 안 돼 확실한 주연급으로 올라섰지만, 임수정이라는 배우는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에 있는 듯했다. 6개월 전 <장화, 홍련> 개봉을 앞두고 만났을 때에 비해 인상도 달라졌다. 예민하고 차가운 느낌은 그대로이지만, 전보다 쾌활하고 원만해 보였다. “<…ing> 찍으면서 웃는 모습이 예쁘다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그 석 달 동안 살면서 제일 많이 웃었어요. 나한테도 활짝 웃는 표정이 있구나. 전에는 무표정하고, 뭔지 알 수 없는 <장화, 홍련>의 수미 같은 모습이 많았거든요. 항상 긴장돼 있어서 새로운 상황에 쉽게 마음을 못 열고 닫혀 있었고. 그래서 예전엔 활작 못 웃었는데 요즘엔 자신있게 웃어요. 또 사람 만날 때도 많이 열려 있는 것 같아요.”

임수정은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의 하나가 스스로 몰랐던 자신을 발견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게 <…ing>에선 ‘활짝 웃는 모습’이었고 <장화, 홍련>에선 “(동생 수연에게 집착하는 수미처럼) 제가 그토록 한 사람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줄 몰랐”다는 것이다. 임수정이 들려주는 평소 자신의 모습은 이랬다. “제가 주변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장점이자 단점이 자기 생각을 많이 한다는 거예요.… 남에게 화낼 일이 생겨도 속으로 삭혀요. 화를 내면 화를 내는 내 모습 때문에 더 화가 나요.… 평소에 감정을 잘 안 드러내는데 배우는 그때그때의 감정 상태를 다 전달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연기가 좋은 것 같아요.” 순간 홍콩 배우 량자오웨이(양조위)가 떠올랐다. “평소에 나를 표현하는 데에 익숙하지가 못해서 영화를 통해 표현한다, 그게 행복하다”는 량자오웨이의 말을 임수정에게 전했더니 반갑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아! 그거 알 것 같아요.” 그런 배우들이 있다. 평소에도 기운이 넘쳐 스크린으로까지 뿜어져나오는 최민식 같은 스타일과 달리, 평소엔 자기 안으로 침잠하다가 연기로 발산하는 이들.

그러고 보면 임수정이 풍기는 무심함과 차가움엔 묘한 깊이감이 있다. 크고 동그란 눈은 세속과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음습하고 누추한 그 세계가 반경 몇㎞ 바깥에 존재함을 의식하고 있는 눈빛이다. 세속과 완전히 동떨어진 별세계에 사는 듯한 임은경과 달리 임수정에겐 불안함이 있다. 그게 긴장감을 준다. 임수정에게 밀려드는 시나리오의 배역이 이런 이미지와 관련이 있지만, 그 긴장감을 확장시키는 캐릭터는 드문 듯했다. “10대 후반의 소녀, 어리고 갸날프고, 어른 같지 않지만 상처나 아픔이 있어서 성숙하고, 평범한 10대가 아닌…(줄줄 외듯 특징들을 열거하다가 스스로 웃는다) 그런 게 제 이미지인가 봐요. 그런데 그 캐릭터들에게 공감은 가면서도 연민이 안 생긴달까, 빠져들게 되진 않아요. 저는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연민이 느껴지느냐가 중요하거든요. 아마도 최근 몇달 사이에 제 마음이 어른 쪽으로 가고 있나 봐요.”

임수정은 다음 출연작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트렌디한 기획 영화는 “피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재미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벌써 뭔가 고갈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스스로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말도 했다.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해 저한테 가장 필요한 것이요 일단 자신감 같아요. 자꾸만 스스로 약해져요. 자신감이 있어야 저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지운 감독이 본 임수정, 매력 넘치는 차가운 카리스마

오디션 때 임수정은 다른 또래 연기자들과 달리 말의 깊이가 느껴졌다. 다른 친구들과 얘기할 때는 말이 붕붕 떠다니는 듯했는데, 수정이랑 말할 때는 말이 착 달라 붙는 것 같았다. 또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폐쇄적인 부분이 있었다.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성도 없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도 사려깊게 생각하고. 이미지로는 그 또래 다른 연기자들이 발랄하고 가볍고 거침없고, 여성이기보다 중성적으로 다가왔는데 수정이는 고전적인 의미의 여성스러움과 차가움을 주는 것 같았다.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차가운 카리스마랄까, 그리고 나이보다 훨씬 어리게 보이는 느낌도 각별했고. 또 입술이 도톰하면서도 약간 위로 올라간 게 외형적으로도 매력적이었다. 막 물에서 건져내 씻은 복숭아 같은 상쾌함이랄까.

가장 컸던 건 임수정의 분위기 자체가, 동생에게 집착이 지나쳐서 삶의 일부를 망까뜨리는 수미 역에 적합해 보였다. 처음 촬영 땐 자꾸 자기를 가둬놓는 것 때문에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자신을 깨고 나오는 듯했다. <장화, 홍련>도 좋았지만 나는 <…ing>를 보면서 정말 좋은 신인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민아 역은 슬픈 운명을 가져가면서도 다른 연기를 해야 하는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정확하게 해냈다. 또 수미 역은 어느 정도 만들어진 범위 안의 연기였는데 민아 같은 경우는 배우 스스로가 만들어낸 연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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