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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봉태규’ 떴느냐? 더 뜨거라! [3] - 봉태규

봉태규가 말하는 봉태규, 심보경 이사가 본 봉태규

“학예회 하듯 쑥스럼 내가 이래도 되나, 푸하하”

“내가 이래도 되나” 배우 봉태규(22)의 머릿 속에서 요사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 질문이다. 시트콤 <논스톱> 촬영현장에서 주변에 모이는 아이들의 시선을 받을 때도, 스튜디오에서 환한 조명 아래 짓궂은 소년 같은 미소를 지을 때도 이 말이 계속 떠오른다. 순전히 ‘사고’로 - 2001년 초 봉태규는 버스에서 넘어져 팔이 부러지는 사고로 미대 실기시험을 포기하고 있다가 압구정동 길거리에서 캐스팅됐다- 충무로에 발을 들여놓은 지 3년 남짓.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시에프에까지 전방위적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스스로에게는 아직도 지금 하고 있는 인터뷰를 포함해 많은 게 낯설고 쑥스럽단다. 막을 통해 걸러져 나온 ‘실없고, 철없고, 대책없는’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인상이다.

“나는 배우다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배우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요, 배우가 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스트레스 받잖아요. 그냥 취미다 생각하면 부담없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숙명’이니, ‘영혼’이니 하는 단어를 써서 배우로서의 사명감과 태도를 보여주려는 코멘트는 영 닭살이라는 그는 이렇게 자신의 ‘연기관’을 피력한다. 신세대적인 경쾌함과 함께 결코 아이답지만은 않은 균형감각이 느껴진다. 그가 연기를 정색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된 것은 우연한 시작이라는 출발지점의 특별함에도 기인하는 듯하다. “<눈물> 찍을 때도 아 내가 연기를 한다, 이런 게 아니라 초등학교 때 친구들 앞에서 학예회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선생님(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그냥 한 거죠. 그래서 칭찬받을 때 좋기도 하면서 빵반죽처럼 부풀려져 사람들에게 보여진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래서 ‘차라리 본색을 보여주자, 그냥 망신당하고 영화랑 결판짓자’고 덤벼든 게 <품행제로>였다. “초반 한 30% 정도까지는 여전히 학예회 수준이었죠. 그게 좀 지나가니까 아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어 이래도 되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연기를 배우게 되더라구요.” 그랬던 그가 6개월 동안 사무실에 음료수 사가지고 출근하면서 스태프들을 설득해 따낸 게 <바람난 가족>의 신지운 역이었다. <눈물> 때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였던 그와 임 감독은 이 영화에서 파트너로 토론하고 함께 대사를 수정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는 ‘취미’라고 말했지만 어느새 ‘배우’가 된 것이다.

봉태규가 주변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는 “너무 민간인 같다”는 말이다. 배우로서 한계가 될 수도 있는 이 말을 그는 수긍한다. 아니 작정한다. “누가 봐도 제가 꽃미남과는 아니잖아요. 내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맡는 역할이 다 비슷하다고 비판하더라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데뷔작 <눈물>에서 지금 방영되는 <논스톱>까지의 모든 과정을 배움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조금씩 변하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조금씩 다르게 가다가 문득 “아, 쟤가 옛날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저런 걸 하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변하고 싶어요. <논스톱> 시작할 때 주변에서 많이들 걱정했지만 순발력이나 상황연구 같은 면에서 많은 걸 배웠거든요. 아직은 변신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 배울 때인 것 같아요.”

최근 촬영을 마친 <안녕! 유에프오>에서 이범수의 동생역을 연기한 그는 앞으로 임순례 감독의 <세친구>같은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큰 입을 활짝 열며 푸하하 웃는 밝은 모습 사이로 ‘내가 이래도 되나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불안함과 세상에 대한 어색함,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냉정하게 인정하는 어른스러움이 툭툭 묻어나는 스물두 살의 배우, 봉태규의 다음 선택이 궁금해진다.

◆심보경 이사가 본 봉태규

긴장감 풀줄 아는 타고난 배우

<눈물> 때 봉태규의 인상을 좋게 보기는 했지만 화면 속의 이미지와 실제의 인상이 매우 달랐다. 다른 사람처럼 나도 그에 대해 코믹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만나 보면 나이보다 어른스럽다. 전에도 젊은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해봤는데 젊은 친구들은 보통 열의있고 진지하면 그만큼 경직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감독이나 제작자의 일 중 하나가 긴장을 풀어주는 건데 태규씨는 오히려 자신이 촬영장의 긴장감을 풀어줄 정도로 유연하고 여유가 있다. 특히 <바람난 가족>에서는 배우들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노출신 촬영도 있었는데 때로는 후배인 봉태규가 선배 문소리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그래서 농담처럼 한국에서 문소리를 다루는 유일한 남자배우가 봉태규라는 말까지 나오곤 했다.

외모로 뜨거나 연기공부를 해서 정규코스를 밟듯 배우에 입문하지 않은 것이 봉태규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고 연기가 자연스럽다. 스타로 출발하지 않아서인지 헝그리 정신 같은 것도 보인다. 이런 면에서 배우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는 송강호씨의 지론처럼 배우 봉태규도 시작한 계기는 우연이었지만 타고 난 배우라고 생각이 든다. 다만 아직 출발선상에 있는 만큼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타인을 통한 경험도 많이 쌓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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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경/명필름 이사 <바람난 가족>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