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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
2003-12-27

새해 첫날 개봉하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원제 L'auberge Espagnole)>는 유럽의 교환학생 프로그램 에라스무스에 참여한 유럽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프랑스의 세드릭 클라피시 감독이 각국 배우들을 모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찍었다.

프랑스 청년 자비에(로맹 뒤리스)는 스페인어와 경제학 석사학위가 직장에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아버지 친구의 권유에 따라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홀어머니와 사랑하는 애인 마틴(오드리 토투)를 남겨둔 채 바르셀로나로 떠난다.

마땅한 숙소를 구하지 못한 자비에는 공항에서 만난 안네소피(주디스 고드레시) 부부의 집에 며칠 기숙하다가 영국인 웬디(켈리 라일리), 덴마크인 라스(크리스티앙 파흐), 스페인인 솔레다드(크리스티나 브론도), 독일인 토비아스(바너비 메추랫), 이탈리아인 알렉산드로(페데리코 다나) 등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 입주한다. 여기에 자비에는 학교에서 만난 벨기에인 이사벨(세실 드 프랑스)까지 끌어들인다.

남자 넷, 여자 셋이 펼치는 아파트 생활은 유쾌하지만 자비에는 급작스런 변화에 심한 성장통(成長痛)을 앓는다. 관계가 점차 소원해지는 것을 참지 못한 마틴은 자비에를 만나러 바르셀로나로 날아왔다가 달라진 그의 모습에 실망을 느끼고 귀국한 뒤 결별을 선언한다. 실연의 상처에 시달리던 자비에는 남편 따라 무작정 스페인으로 이사온 안네소피와 가까워져 육체적 관계까지 나누게 된다.

나머지 동거인들의 일상도 순조로울리 없다. 웬디는 낭만적인 미국인과 바람을 피우고 솔레다드와 사귀고 있던 라스는 어느날 한 여자가 아기를 데리고 와서 당신 아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웬디의 남동생 윌리엄(케빈 비숍)이 끼어들어 좁은 아파트를 시끌벅적하게 만든다.

유럽연합판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보는 듯하지만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학생들의 소소한 일상을 담으면서도 유럽연합(EU) 젊은이들의 고민과 희망을 엿볼 수 있다.

1511년 펴낸 `우신예찬(愚神禮讚)'으로 가톨릭 교회를 조롱한 에라스무스는 당시 최고의 인문학자이자 최초의 세계인이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을 주유하다가 스위스 바젤에서 숨을 거두었다. EU는 1987년 회원국 대학생들의 단합과 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그 이름도 바로 에라스무스이다.

이 영화도 주인공 자비에가 귀국 후 현대 자본주의의 신이나 다름없는 증권 업무에 종사하다가 에라스무스처럼 살기 위해 과감히 직장을 뛰쳐나와 유럽 주유에 나서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상영시간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