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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영상위로 넘어가는 활력연구소, 최소원 매니저의 고별사
이영진 2003-12-29

“이벤트적 발상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다”

활력연구소가 2003년 12월21일 문을 닫았다. 충무로 역사에 마련되어 오가는 사람들의 이목과 발길을 끌었던 활력연구소는 2001년 5월 서울시가 지하철문화공간 조성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것이다. 9억7천만원을 들여 만든 이 공간은, 그러나 서울시가 위탁을 맡은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쪽에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 개관이 미뤄지는 등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2002년 11월30일, 서울시의 원칙없는 문화행정을 고발한다는 취지에 따라 한독협은 활력연구소의 문을 열었지만 서울시가 11월21일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새로운 위탁사업자를 공모하고 결정하는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끝에 파국을 맞게 됐다. 서울영상위원회가 새 위탁사업자로 선정된 가운데 12월26일, 남은 짐을 정리하고 있던 활력연구소의 최소원 매니저를 만났다.

그동안 활력연구소와 서울시 사이에서 중재를 도맡았던 서울영상위원회가 새 위탁운영자로 선정됐다.

꼭 지금 공모에 응해야 했나 싶다. 유찰이 돼야 서울시의 행정에 제동을 걸 수 있을 텐데. 서울시가 다른 안을 내놓는 등 상황이 좀 바뀐 다음에 재공모하면 뜻을 밝혔어도 늦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어쨌든 운영비 지원 안 해도 하겠다는 곳이 나섰으니 서울시 관계자들은 두발 뻗고 자겠지. 화살은 서울영상위원회가 다 맞고.

서울시와의 갈등은 단지 시가 운영비 지원을 못해주겠다는 것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기획단계에서 우리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전혀 이해 못했다. 한 관계자가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실토하더라. 뭐 시 문화국 담당자 중엔 극장 안 간 지 10년이 다 됐는데 영화표나 좀 구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간섭을 안 하니까 편하긴 했는데. (웃음) 2003년 1월 관계자들이 바뀌었는데 무지한 건 마찬가지였다. 담당 과장이 서울시에는 문화행정 같은 거 없다면서 공청회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갈 정도였다. 그러다 갑자기 공모안이 터져나왔다. 당시 우리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등과 조정을 통해 2004년 프로그램을 짜고 있었는데. 사기당했구나 싶더라.

서울시쪽에서는 한독협이 운영하는 동안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하던데.

회원만 1만3천명이다. 12번 자체 영상전을 했는데 6만6천여명이 들러서 즐겼다. 영상라이브러리를 이용한 수도 3200여명이나 된다. 활력토크도 호응이 컸다. 그런데 서울시쪽에서는 어떠한 근거도 없이 그런 비난을 한다. 어떠한 객관적 평가도 하지 않고서 그런다. 노골적으로 한독협이 싫다는 안승일 문화과장이 공모 사업계획 설명회 자리에서는 또 뭐라 한 줄 아나. 실험영화나 독립영화는 사회적 자본이니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더라. (웃음)

지쳤지만 한편 아쉬움도 클 텐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그만둬야 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 2년 반 동안 활력연구소에서의 경험들이 앞으로 도움이 될 거라는 자위가 얻은 전부다. 서울영상위원회 또한 자리를 잡으려면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가 이벤트적 발상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