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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리얼리즘 촬영미학의 발아, <독짓는 늙은이>
이승훈( PD) 2003-12-31

EBS 2004년 1월4일(일) 밤 11시

황순원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독짓는 늙은이>는 60년대 문예영화 전성기에 주목을 받은 작품 중 하나로 가족의 붕괴와 화해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독짓는 늙은이 송 영감 역의 황해와 눈밭에서 생명을 구해 부부가 된 옥수 역의 윤정희 커플의 돋보이는 연기이다. 특히, 이 작품은 황해의 무르익은 열연이 돋보이는 그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아울러 화면 전반에 흐르는 황톳빛 톤의 독특한 색감이 영화의 한국적, 토속적 분위기를 더욱 인상적으로 만든다.

영화진흥공사 전무를 역임하고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았던 최하원 감독의 초기작인 이 영화는 최 감독의 오랜 영화 친구였던 고 유영길 감독의 두 번째 촬영 작품이기도 하다. 촬영 당시 강원도 산골에서 눈밭을 헤매는 한컷을 찍기 위해 배우와 감독 이하 전 스탭이 겨울산에서 밤을 지새는 등 열과 성을 바쳐 촬영한 일화가 영화계에 작은 일화로 남아 있다.

1980년대 ‘한국 뉴웨이브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영길 촬영감독에게는 이 영화가 실질적인 데뷔작이며, 유영길의 30년 영화인생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리얼리즘적 촬영미학의 발아점이 된 영화이기도 한 의미있는 작품이다.

한국적인 소재를 토속적인 화면과 색감으로 가장 한국적으로 표현해낸 몇 안 되는 문예영화 중 하나인 <독짓는 늙은이>와 함께 한국적 정취 속으로 떠나보시기 바란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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