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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도 ‘해적’ 비상
문석 2004-01-12

지난해 온라인 불법 복제 10만560건 적발

한국 영화계도 ‘인터넷 해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영상협회(회장 권혁조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대표)가 온라인상 불법 복제된 영화를 적발한 결과, 지난 한해 10만560건의 ‘해적판’ 영화들이 P2P 사이트를 중심으로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떠돌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영상협회가 적발해낸 건수이므로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해적판의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영상협회는 이중 9만5408건에 대해 폐쇄 또는 삭제를 요청했으며, 9만3866건이 실제로 폐쇄되거나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의 불법 복제·유통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3년 가장 많은 불법 복제판이 유통됐던 작품은 <매트릭스2 리로디드>(사진)로 총 4651건이었으며, <엑스맨2>(3495건), <나쁜 녀석들2>(3096건), <터미네이터3>(3067건), <젠틀맨리그>(3036건)가 그뒤를 이었다. 이처럼 적발된 해적판 중 대다수가 외화인 것은 해외에서 촬영되거나 발매된 소스가 유통되는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2554건이 적발된 <클래식>이나 2206건이 적발된 <선생 김봉두>처럼 한국영화의 불법 복제·유통 또한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불법 복제물이 적발된 사이트는 2만5394건의 P2P 사이트 G사이트였다. 영상협회에 따르면, 극장 안에서 캠코더로 촬영된 기존의 ‘캠버전’ Divx 파일 외에도 사운드 부분만 따로 녹음한 ‘텔레싱크’ 파일 등 새로운 포맷의 복제물도 증가하고 있다. 영상협회는 이같은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를 전체 시장의 10~15%로 예측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불법 복제물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 12월29일부터 1월3일까지 6일 동안의 조사에서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의 영상파일은 100건 이상 적발됐으며 국내에서 캠버전으로 ‘제작’된 <실미도>의 불법 복제 파일도 유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불법 복제 파일이 증가한 것에는 지난해 개정된 저작권법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영상협회는 분석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불법 복제 콘텐츠가 유통되더라도 해당 사이트의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이들 불법 저작물을 삭제하는 탓에 갈수록 유통 규모가 확대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영상협회는 2003년 7월 7개 사이트를 상대로 고소조치를 취했으나, 현재 합의를 본 상태이며, 대신 복제물을 유포시킨 개인을 상대로 재고소에 들어갈 방침이다. 영상협회의 불법 저작물 적발을 담당하는 IPS의 배원직 팀장은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는 법이 기술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하고, 경찰과 검찰에도 전문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