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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극장 입장료를 영화계 기금으로?
이영진 2004-01-13

극장 입장료의 일부를 영화계 기금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이 나와 주목을 끈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이충직)는 얼마 전 발표한 ‘극장요금 검토안’에서 “제작·투자·배급사와 극장이 협의하여 자율 형태의 모금안을 만들고 이후 체계적인 작업을 더한다면 기금 조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영화계 안팎으로 2004년 1월1일부터 문예진흥기금 모금이 폐지됐으니 극장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과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극장 요금이 낮으므로 오히려 극장 요금을 더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각각 제기됨에 따라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차원에서 이뤄진 일종의 권고로 보인다.

문화예술의 창작 및 보급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1973년부터 마련한 문예진흥기금은 영화관,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등의 입장요금의 2∼6.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다 정부의 준조세 폐지 방침에 따라 새해 들어 모금이 중단됐다. 따라서 극장에 들어오는 수익은 현행 극장 요금을 인상하지 않고도 오르게 됐다. 관객 1명당 평균 입장요금을 6498원이라 할 때(2002년 말 기준) 이중 6.5%에 해당하는 약 427원의 이득이 발생하는 것이다. 2003년 전국 관객을 약 4300만명으로 추정하면 올해 196억원에 해당하는 추가이익이 영화계로 돌아오는 셈이다.

적지 않은 돈이니 논란이 불거질 여지가 크다. 극장 요금 인하에 반대하는 쪽 논리는 이렇다. 한 극장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여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극장 요금이 싼데다 인상을 하려고 해도 좀처럼 쉽지 않다”고 전한다. 한 제작자는 극장 이외의 부가 윈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점을 들며 “한국영화의 경우 극장쪽과의 부율 조정이 쉽지 않은데다 제작비는 급증하고 있어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문예진흥기금 폐지로 인한 수익 증대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극장 요금 자동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고 한국영화가 최근 3년 동안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관객에게 떠넘기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들은 애초 정부의 문예진흥기금 폐지 의도가 “소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강제징수하여 국민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임을 강조한다. 관객을 위한 조치였다면 그들에게도 돌아가야 할 몫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영진위가 일부 영화인들로부터 비난의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자율기금안’을 제시한 데는 이러한 첨예한 대립 상황의 부정적 여파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위에서 제시한 의견들 중 어느 한쪽을 편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반대로 이 과정에서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듯이 뒷짐 지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또한 명백해진다. 정부는 국민들이 져야 하는 부담을 덜겠다는 차원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의도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듯하다. 적어도 문예진흥기금 모금 폐지에 관한 대처만 봐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