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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사이드 충무로] 영화교육, 연대하라!
2004-01-19

일선학교에서 영화교육이 시작된다고 한다. 사실 결정이야 2003년에 난 일이지만 구체적으로 문화관광부가 일을 추진하는 것은 올해부터인 모양이다. 영화는 2002년부터 시작된 7차 교과과정에 선택과목으로 포함되어 있었지만, 학교나 교육당국의 무관심과 영화계의 준비 부족으로 실시되는 학교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이제라도 문화관광부가 영화학회와 파트너십을 이루어 예산도 지원하고, 교육인적자원부와 업무 조율도 하면서 영화교육을 본격적으로 보급하겠다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고 해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건승을 기원하며 외람되지만 일선 담당자들에게(나아가 영화계에)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자 한다.

우선 영화교육은 기존의 왜곡되고 모순된 교육시스템에 편승해서 과실만 따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 영화계는(특히 주관을 맡는 영화학회는) 1등부터 100만등까지 일렬로 줄세우는 현재의 입시제도와 입시를 향해 모든 것을 거는 공교육 시스템, 말로는 전인교육이니 개성과 창의력 존중 교육이니 하면서도 실제로는 실용적인 지식만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교육관행과 싸워나가겠다는 다부진 결심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무슨 거창한 교육개혁의 사명감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영화교육을 제대로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싸워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있던 음악, 미술 등의 예술과목들이 파행적으로 이루어지고, 내신비중이 축소되는 판에 새롭게 시작하는 영화교육이 쉽사리 자신의 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될 수 없다. 즉 현재의 교육판을 뒤엎지 않고서는 영화교육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철학을 세워야 한다. 영화교육이 왜 필요하며, 왜 중요한가? 이를 교육당국이나 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인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실용적인 설득논리나 의제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철학을 만들어야 한다. 굳건한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장기적인 방향을 설정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통합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 미디어교육, 문화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도 미디어교육이나 문화교육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교육은 미디어교육운동이나 문화교육운동이라는 좀더 폭넓은 움직임에 동참하여, 교육인력 양성, 교과과정 개편, 교재 발간과 같은 중요한 사업들을 함께 논의하고 진행시켜나가야 한다.

결국 영화계가 영화교육의 근본적인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제도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미디어교육을 주창하고 있는 언론계, 문화교육을 주창하는 문화운동단체, 교육개혁에 앞장서는 교사단체와 학부모단체 등과 연대해야 한다. 그리하여 한국의 교육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가는 작업에 동참해야 한다. 혹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영화계가 문화관광부에서 배정해주는 예산에만 의존해서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라는 소극적인 자세로, 혹은 우리 밥그릇은 놓치지 않겠다는 배타적인 자세로 영화교육(나아가 문화교육) 제도화라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접근한다면, 전형적인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준형/ 경희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