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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새겨진 지구인문서, <발견, 하늘에서 본 지구 366>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우리 시대의 가장 기억할 만한 사진작가다. 그는 1996년부터 경비행기, 헬기, 열기구 등을 타고 북미,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하늘에서 본 지구의 모습을 담아왔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풍경들이 촌철살인의 에세이와 함께 펼쳐진다. 땅에는 국경이 있고 하늘에는 영공이 있으니 그의 비행이 마냥 순조로웠을 리 없다. 중국은 영공 통과가 금지됐고 인도에서는 촬영 필름의 대부분을 압수당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비행금지구역이 유달리 많기 때문일까? 책에서 우리나라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베르트랑이 2월 중 내한, 열기구를 타고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니 봄에 서울에서 열릴 무료전시회에서 ‘하늘에서 본 대한민국’도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북위 6도44분, 서경 3도29분. 5월14일에 촬영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아방루구의 군중 모습. 더없이 순박해 보이는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아이들과 청년들이 이 나라가 젊은 나라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에서 그렇듯이 이 나라 인구의 40%가 15살 이하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창궐하고 있는 에이즈는 이 지역의 인구 구성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6천명이 에이즈 바이러스로 죽어가며, 1만1천명이 감염되고 있다.”

환경, 생태, 지리, 지속 가능한 개발, 사회과학, 역사, 철학, 사진. 이 책처럼 그 키워드가 다양한 책, 그러면서도 다양한 키워드들이 상충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책은 드물다. 인문(人文)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사람의 무늬’라는 뜻이니 이 책을 지구에 새겨진 사람의 무늬, 요컨대 ‘지구 인문서’라 칭하고 싶다.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지음 | 정영문·조형준 옮김 | 새물결 펴냄]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