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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로 구현된 할리우드 종합예술, <파리의 미국인>

American In Paris 1951년

감독 빈센트 미넬리 출연 진 켈리

TCM&클래식무비 2월14일(토) 저녁 8시

최근 국내에 뮤지컬 붐이 뜨겁다. 여러 작품이 공연되어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고 화제작 역시 리스트가 짧지 않다. 이 기회에, 영화에서의 뮤지컬 고전을 접하는 것도 흥미롭겠다. <파리의 미국인>은 1940년대 이후 할리우드 뮤지컬 장르가 예술적, 그리고 문화적 경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지>(1959)의 빈센트 미넬리가 감독했고 조지 거슈윈의 음악이 흥겹다. 프레드 아스테어와 함께 미국 뮤지컬의 대표 스타로 활약했던 진 켈리가 연기뿐 아니라 안무를 담당해 당시 입소문을 낳았다. 파리에서 화가로 성공하기를 꿈꾸는 미국 청년 제리는 예술을 사랑하고 인생을 사랑한다. 역경이 있지만 그는 꿋꿋하게 예술의 길을 걷는다. 그는 우연히 만난 리즈라는 여성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친구 앙리의 약혼녀. 제리는 두 사람을 미국으로 떠나보내고 혼자 걸으면서 리즈와 함께 있는 몽상에 젖는다. 그때 그의 앞에 리즈가 나타난다.

<파리의 미국인>은 세트와 안무가 환상적이다. 진 켈리가 뒤피와 로트렉, 르누아르 등의 화가들 그림을 본뜬 세트를 뒤로 한 채 춤춘다. 토머스 샤츠는 “이 영화에서 음악과 춤은 진 켈리의 인간적이고 예술적 표현의 기본 수단이며 그것은 모든 예술형식을 통합하는 환경 속에 존재한다”라고 논했다. <파리의 미국인>은 이후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에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진 켈리의 다른 출연작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처럼, 직업에 대한 갈등과 사랑의 시작, 그리고 하나의 절묘한 해결책이 나타나는 것으로 모든 갈등이 눈녹듯 사라지는 과정을 정연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어느 예술가의 정체성이다. 돈과 명성의 유혹이나 다른 여성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쉽게 포기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내면세계는 화려한 세트, 그리고 현대적 안무를 통해 관객에게 간접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발레와 음악, 그리고 미술 등의 분야가 고루 섞여든 것도 <파리의 미국인>이 뮤지컬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임을 눈치챌 수 있다. 영화를 만든 빈센트 미넬리 감독은 뮤지컬 장르의 ABC를 개척한 인물이다. 그는 회화와 음악 등 다양한 예술분야를 영화 영역으로 끌어들였으며 극히 양식적 세트, 그리고 배우의 안무를 단절없이 이어지는 카메라로 담아낸 것으로 후대 감독들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후 <지지>가 그랬듯 <파리의 미국인> 역시 아카데미 여러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빈센트 미넬리 감독은 사생활에선 배우 주디 갤런드의 남편으로서 영화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기도 하다. 비록 해피하지 않은 부부생활로 전해지긴 하지만 말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