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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제한상영관, 갈 길이 멀고 험하네
김수경 2004-02-17

제한상영관 문제가 재점화되고 있다. <칼리큘라>(사진)의 수입사인 유니코리아(유니코리아 문예투자와 다른 회사임)는 2월10일 <칼리큘라>가 수입추천 재심의에서 통과된 뒤 “20여개(서울의 매직시네마, 부산의 국도 2관 외) 극장이 제한상영관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칼리큘라>에 하드코어 섹스신이 들어있는 걸 아는 이들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소식이다. 이제부터 극장에서 포르노를 보는 게 가능해진 거냐고 궁금해 할만도 하다. 하지만 문제가 간단치는 않다. 유니코리아에서 제한상영관을 하겠다는 극장이 20여개나 된다고 했고, 앞으로도 제한상영을 염두에 두고 수입, 제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 벽은 여러가지다.

먼저 제한상영관 용도 변경부터 관할 행정기관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기존 일반상영관에서 제한상영관으로 용도를 변경해주는 것은 관할 행정조직(시, 구청)이지만 행정기관이 쉽게 용도 변경을 해줄지 불투명하다. 설사 용도변경이 되더라도 영화를 홍보할 창구를 상당 부분 제한한 법규와 배급사, 극장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제한상영관의 경우 광고·선전물의 외부노출을 금지한 영화진흥법 24조2항이나 DVD, 비디오 등 다른 매체로의 제작을 금지하는 29조2항2호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화계 일부에선 관련 법규의 개정 요구가 높다. 극장 상영만 가능하고 다른 매체로 전환할 수 없다면 제한상영 영화를 수입하거나 제작하는 입장에선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 심각한 문제도 있다. 프로그램 수급이 어떻게 이뤄질지 생각해보자. 예컨대 스크린쿼터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유니코리아는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대비로 한국영화 10편을 제작 혹은 수급할 것을 천명했지만 얼마나 실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유니코리아가 직접 10편을 다 만든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만한 자본과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제한상영관으로 용도변경할 의사가 있는 극장이 실제로 얼마나 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유니코리아는 “20여개 극장의 명단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고, 언론에 보도된 매직시네마의 경우 기자와의 통화에서 스크린쿼터 문제를 거론하며 분명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제한상영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도 불구하고 심의에서 문제가 됐던 장면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모자이크 처리 혹은 ‘안개 속의 풍경’ 버전으로 관람해야 한다는 결정적 걸림돌이 있다. <칼리큘라>도 모자이크 처리를 통해 추천심의를 통과했다. 제한상영관조차도 제한되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때문에 이번에 유니코리아가 제한상영관 설립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단순히 <칼리큘라>의 홍보용이 아닌지 의심하는 이도 있다. 정말 제한상영관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전국 20개가 아니라 단 1곳을 확보하더라도 현실성있는 프로그램부터 제시하는 게 더 바람직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문제는 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할 영화를 수입한 업자가 있고 제한상영관을 하겠다는 극장이 나타나도 일이 쉽게 풀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제한상영을 추진하는 유니코리아와 해당 극장이 법과 제도에 맞서 싸우면서 권리를 확보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