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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 염정아의 ‘물오른 연기’
김도형 2004-02-25

엇갈린 채로 맺어진 4명의 남녀가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원래의 커플로 재결합한다. 25일 처음 나가는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는 제목에서 풍기듯 색다른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각자 자신의 애인을 두고서도 서로 남의 애인을 탐한다는 설정은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전개공식을 닮았다.

지난 23일 시사회를 통해 살짝 속살을 드러낸 이 드라마는 이런 상투성에만 의존하는 드라마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우선 심각한 이야기를 가볍고 코믹하게 포장하는 요즘 드라마 제작 추세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상투적 이야기를 제법 심각하고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피아노〉와 영화 〈첫사랑 사수궐기대회〉를 만든 오종록 피디는 영화제작 방식처럼 후반 작업에 공을 들여 다른 멜로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어두운 톤의 깊이 있는 색감을 브라운관에 살려내 눈길을 끈다. 우울한 느낌의 배경음악도 차별성을 더하는 데 한몫한다.

박종 문화방송 드라마 국장은 시사회 뒤 “조금 독특하다. 인물들의 매력에 빠질 만한 드라마인 것 같다. 독특한 울림이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강렬한 빛은 영화 〈장화 홍련〉에서 환골탈태의 연기를 선보인 염정아다.

여섯살 아래의 병수(김래원)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애인 희수(김성수)를 이용해 래원의 여자 서영채(윤소이)를 유혹해달라고 위험한 제안을 하는 영화사 사장 조이나 역을 맡은 염정아는 ‘미워할 수 없는 악녀’ 연기를 제대로 해낸 느낌을 줬다. 본인은 〈장화 홍련〉 이후 “연기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표현했지만 오종록 피디는 “보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관심을 모은 김래원의 연기 변신도 일단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어릴 때 비구니들이 사는 절에서 커서 ‘반속반승’으로 설정된 병수의 캐릭터를 이해할 수 없어 한참 고심을 했다는 김래원은 출세작 〈옥탑방 고양이〉의 날건달 ‘경민’의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얻을 만하다. 그러나 그는 내심 자신의 연기에 불만이 많은 듯했다. 그는 시사회가 끝난 뒤 “병수에게는 맑음과 밝음이 함께 있는데, 맑은 모습을 드러내는 데 부족해서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극중 여섯살 연상인 조이나의 마음을 단박에 빼앗은 병수의 순수함을 표현해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본에는 구체적인 지문이 제시되지 않은 채 ‘…’의 말줄임표가 많아 연기를 하면서 오종록 피디에게 “이제 병수 같지 않으냐”고 자주 의견을 구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캐릭터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을 외모로 커버하기 위해 요즈음 하루 한끼만 먹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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