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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스릴러를 표방하는 지루한 드라마, <실종>

인디언으로 변신한 아버지와 함께 ‘딸 찾아 삼만리’에 나선 어머니. 그러나 가족의 화해가 스릴러와 드라마의 화해를 이끌진 못한다

소재나 장르로 봐선 한 사람의 필모그래피란 게 믿기 힘든 감독들이 있다. <스플래쉬>에서 <분노의 역류> <아폴로 13>을 거쳐 <뷰티풀 마인드>로 이어진 론 하워드도 그중 하나. ‘작가’는 못 돼도 그는 분명 코미디부터 SFX스펙터클까지 어떤 과목이든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장인’이다. 그렇다고 일관성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그의 무난한 정공법과 보수적 가족주의는 할리우드 하면 떠오르는 전형성을 벗어난 적이 없다.

<실종>은 그의 작품 중 <파 앤드 어웨이>와 <랜섬>의 설정을 뒤섞고 변주한 듯한 영화다. 개척시대가 배경이지만 이번에 대립하는 건 소작농과 지주가 아니라 인디언과 백인이며, 유괴되는 건 재벌의 외아들이 아니라 여의사의 딸이다. 두딸과 살던 여의사, 매기(케이트 블란쳇)는 어느 날 20년 만에 아버지(토미 리 존스)의 방문을 받는다. 하지만 가족을 버리고 인디언이 돼버린 아버지는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그러던 중 인디언 악당이 이끄는 인신매매단에 큰딸이 납치되자, 매기는 결국 아버지와 손을 잡고 추적에 나선다.

로드스릴러를 표방하곤 있지만, <실종>은 실종된 자식뿐 아니라 따뜻한 아버지(로 대변되는 가족주의)를 되찾으려는 드라마에 가깝다. 매기의 여정은 경멸하던 아버지와 화해하는 과정이며, 인디언이라는 야만적 타자에 대해 근대 기독교의 관점에서 톨레랑스를 익혀가는 도정이다. 물론 인디언에도 백인 악당과 한패인 악당이 있다. 이런 상황은 인디언 악당의 나쁜 주술을 인디언식 기도와 성경 낭송이 연합하여 물리치는 장면에서 순진하게 정리된다. 그러나 실제 인디언 후손이라는 토미 리 존스의 그럴듯한 변신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디언이 돼야 했던 절실함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근대화의 과도기와 소멸하는 타자의 모습 역시 피상적인 수준에서 스케치될 뿐이다. 여러 모티브들은 끝내 아무 신선함 없는 가족의 복원을 위해 아버지처럼 희생되고 만다. 그러다 보니 스릴러의 긴장과 액션도, 드라마의 심리와 테마도 서로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하며 맨송맨송해진다. 초반에 적의 정체가 명료해진 상태에서 뻔히 예정된 결말로만 느릿느릿 옮겨가는 구성은 본 게임이 시작할 때부터 이미 지루한 연장전처럼 보인다. 을씨년스런 자연을 찍어내는 데만 공들인 <실종>에서 정말로 실종된 건 론 하워드 특유의 재미와 감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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