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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극장가] 학교간 록커, 허리붙은 쌍둥이 "누가 더 웃길까"

한국영화 개봉작이 없는 이번 주말은 움츠렸던 외화들이 간만에 '기를 펴는' 타이밍이다. <붙어야 산다>, <베로니카 게린>, <실종>, <스쿨오브락>, <브링 다운 더 하우스>, <타임라인>, <리지 맥과이어>, 까지 8편 모두가 외화다. 코미디부터 멜로, 액션, 드라마, 스릴러까지 장르도 다채롭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여전히 극장가를 주름잡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외화들이 얼마나 선전할지 김은형 기자를 따라 주말 극장가를 미리 가본다.

편집자 주

학교에 간 록커·허리붙은 쌍둥이 “누가 더 웃길까”

이번 주에는 코미디의 두 강적이 극장가에 뜬다. 젊은 코미디 배우 잭 블랙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쿨 오브 락>과 화장실 유머의 시조로 추앙받는 패럴리 형제 감독의 <붙어야 산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주인공과 감독으로 만났다가 이번에는 경쟁자로 만나게 됐다. <스쿨 오브 락>은 재능은 없지만 열정만은 차고 넘치는 록커가 우연히 사립초등학교에 임시교사로 들어가 어른들의 등쌀에 풀죽은 아이들에게 록음악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준다는 이야기다. <붙어야 산다>는 허리가 붙어있는 쌍동이 형제가 할리우드에 오면서 벌이는 좌충우돌을 발랄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두 영화 모두 가족 코미디의 공식에서는 약간 비껴나 있는 영화지만, 가족나들이로, 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모두 모자람없는 만족감을 줄 만한 영화다.

강한 여성상을 연기해왔던 실력있는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한 두 영화도 나란히 개봉한다. 혼자서 거대 마약책과 전쟁을 벌이는 아일랜드 여기자의 실화를 그린 <베로니카 게린>과 어린 딸을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유괴당한 어머니의 분노와 투쟁을 그린 <실종>. <실종>은 <뷰티풀 마인드> <랜섬> 등의 론 하워드가 감독한 작품으로 서부개척시대의 거대한 자연풍광이 볼 만하며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올랐던 작품이다.

지난해 초부터 개봉이 잡혔다 미뤄졌다를 반복했던 프랑소아 오종 감독의 도 드디어 개봉한다. 크리스마스날 교외저택에서 고립된 한 가족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뮤지컬 형식으로 그리는 이른바 ‘스릴러 뮤지컬’로 카트린 드뇌브를 비롯해, 이자벨 위페르, 임마누엘 베아르 등 쟁쟁한 프랑스 여배우들이 총출동한다.

‘붙어서 뜬’ 형제 떨어지면?

바인야드라는 시골마을에서 햄버거집 ‘번개 버거’를 운영하는 밥과 월트 형제. 얼굴도 따로 손도, 발도 따로지만 하나의 간을 같이 쓰는 샴쌍둥이인 이들은 이 마을 인기‘짱’이다. 야구면 야구, 축구면 축구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스포츠맨에다가(이 ‘따로 또 같이’ 커플이 골키퍼로 나서면 이미 경기 끝이다) 연례행사인 마을 연극에서 늘 주인공을 맡는 빼어난 배우이며, 식당에서는 손 네개, 발 네개로 순식간에 햄버거 열세트를 뚝딱 만들어내는 이들을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라고 영화는 말하지만 뭔가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사진 한번 공개되면 전국민의 연민의 대상이 되는 희귀장애인들이 인기스타가 되다니. 그러나 정신분열증 환자와 난장이(<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팔없는 볼링선수(<킹핀>), 엄청난 뚱보(<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연민이나 조롱없는 코미디를 만들어온 패럴리 형제의 영화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붙어있을 때 기쁨 두배’가 되는 두 형제가 언제나 함께 일해온 패럴리 형제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붙어야 산다>는 붙어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황당한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펼치는 코미디 영화다. 운동신경 탁월하지만 소심한 밥(맷 데이먼)과 예술가적 기질과 바람둥이 기질 다분한 월트(그렉 키니어)는 서로의 취향과 일상을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간다. 밥이 좋아하는 운동을 할 때는 월트가 함께 뛰고 월트가 연기를 할 때는 밥이 관객 눈에 띄지 않도록 검은 스타킹을 입고 무대에서 함께 움직인다. 그러나 월트가 할리우드 진출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그리고 밥이 채팅으로 사귄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비밀을 공개할 때가 되면서 ‘붙어있음’은 이들에게 장애로 다가온다.

<붙어야 산다>는 전작들에서 형제감독의 편집증적인 집착처럼 보였던 ‘비정상’, 또는 비주류에 대한 관심이 실은 진심어린 애정이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월트는 비록 약발 떨어진 늙은 여배우 셰어(그는 실명으로 등장해 자신을 연기한다)의 이용 목적으로 텔레비전 드라마 캐스팅이 되기는 하지만 인기스타가 된다. 밥을 카메라에 등장시키지 않기 위해 벌이는 제작팀의 조야한 트릭은 영화의 가장 웃기는 장면 중 하나. 가슴성형수술을 받은 배우 지망생 에이프릴이 이들의 모습을 보며 “와아, 그건 어디서 수술받은 거야”라고 묻는 장면은 일반인보다 훨씬 편협한 사고방식으로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할리우드의 편견을 살짝 꼬집는다.

실연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밥을 위해 월트는 분리수술을 결정하고 실행한다. 그러나 30년 이상 붙어살아온 이들에게 분리된 환경은 또 다른 재난으로 다가온다. ‘붙어있음’은 사랑이고, 중요한 건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서로를 ‘내몸같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짓궂은 감독형제는 따뜻한 결론을 내린다. 다만 훈훈해진 만큼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지체없이 ‘막 가는’ 유머의 통쾌함은 다소 완화됐다. 화장실 유머의 시조로서 패럴리 형제를 모셔왔던 관객들에게는 이렇게 착한 결론이 밋밋하거나 느끼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27일 개봉.

막강원작·감독 만나 어수선한 시간 여행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베스트셀러 소설 <타임 라인>을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했다. 중세 고성의 유적 발굴 작업을 하던 일군의 젊은 고고학자들은 우연히 600년 이상 꽁꽁 숨어있는 지하유적을 발견한다. 그런데 양피지 필사본 등 내부 유물 가운데 이들의 지도교수인 존스턴의 안경알과 직접 쓴 구조요청 편지가 들어있다. 후원사인 ITC에 이 사건을 보고하면서 이들은 ITC가 양자 원격 이동 장치를 발명했고, 존스턴은 며칠 전 이 장치를 타고 중세로 갔다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타임 라인>은 액션 블록버스터 가운데 명작으로 꼽히는 <리썰 웨폰> 시리즈의 리처드 도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막강 원작자와 막강 감독이 만났지만 시너지 효과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듯해 아쉽다. 프랑스-영국 간 백년 전쟁의 한가운데 뚝 떨어진 인물들을 통해 감독은 중세시대의 액션 스펙터클을 끌어내고자 한다. 그런데 특별한 연유도 없이 죽어가는 대원들을 비롯해 영화 전체가 어수선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컴퓨터그래픽을 마다하고 실제 크기로 만들었다는 고성의 위용이나 중세의 우아한 스펙터클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10대 겨냥한 <리지 맥과이어> 무모하리만치 깜찍한 디즈니표 <로마의 휴일>

동화 속 그림 같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 꽃미남 소년과의 달콤한 데이트, 눈부신 조명 한가운데 서는 스타 되기. 십대의 한 시절에는 누구나 한번쯤 빠져봤을 몽상이다.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며 예쁜 스티커로 다이어리를 알록달록 꾸미는 십대 소녀들을 겨냥해 만든 <리지 맥과이어>는 이런 판타지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틴에이저 영화다.

<평범한 여중생의 일상을 그린 디즈니의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리지의 사춘기>를 극장판으로 확장한 이 영화는 <로마의 휴일>의 십대 버전 같다. 다만 <로마의 휴일>에서는 로마라는 비현실적 공간에서 공주가 평민이 되지만, <리지 맥과이어>에서는 평범한 학생이 공주로 변신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로마에 단체 답사여행을 떠나는 리지 맥과이어. 학교에서는 실수 투성이에 공주님들의 구박덩이지만, 일상을 벗어난 이곳에서 뭔가 특별한 일을 기대하는 건 당연지사다. 길거리에서 만난 이탈리아의 아이돌 스타 파올로는 리지를 자신의 연인이자 듀엣 파트너인 이사벨라로 착각한다. 파올로는 <로마의 휴일>의 그레고리 펙처럼 스쿠터를 타고 리지를 로마의 구석구석으로 안내한다. 그리고는 사라진 이사벨라 대신 자신과 함께 뮤직비디오 시상식장의 무대에 올라가자는 제안을 한다.

<리지 맥과이어>는 십대소녀의 콩닥거리는 가슴 대신 늙고 심각한 이성으로 보기에는 말 안 되는 구석이 많은 영화다. 또한 디즈니표답게 십대의 우울함이나 고민 대신 밝고 귀여운 부분만 부각한다. 그러나 무모하리만치 깜찍한 판타지 역시 젊기 때문에 꿀 수 있는 꿈 아닌가. 그래서 <리지 맥과이어>는 십대 소녀의 철없는 몽상이라는 전제를 깔고 봐도 싱그럽고 유쾌한 영화로 즐길 만하다. 텔레비전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은 17살의 힐러리 더프는 리지 역을 통해 영화 속 리지의 꿈을 이룬 10대 스타다. 짐 폴 감독.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