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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이어> 김경형 감독
2004-03-03

"진정한 데뷔작은 이번 영화입니다."

2일 오후 영화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경기도 남양주시 서울종합촬영소에서 만난 김경형(43) 감독은 전국 520만명의 '대박'을 터뜨린 <동갑내기 과외하기>에 대한 언급을 애써 피하는 듯했다. 김 감독은 전작 흥행에 대한 부담을 묻는 질문에도 "이상하게 흥행에는 부담이 안 느껴진다"며 "이보다는 영화의 완성도나 성숙한 연출에 부담이 느껴진다"고 답했다.

사실, <라이어>는 김경형 감독이 데뷔 전인 1998년부터 머릿속에 담고 있던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들고 이미 몇차례 제작사를 찾아가봤지만 OK를 받아내지는 못했고, <라이어>의 영화화는 <동갑내기 과외하기> 연출 제의를 받고 일단 미뤄둬야 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끝나자 마자 김 감독이 신작 준비에 들어간 이유는 이 때문이다.

80년대 후반부터 <파프카 연습>이나 <사이공의 흰 옷> 등을 무대에 올린 연극연출가 출신으로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의 조감독을 맡기도 했던 김 감독은 이후 CF 감독을 거쳤고, 90년대는 대부분의 시간을 <걸어서 하늘까지> 등의 TV 드라마 작가로 보내기도 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 일문 일답.

▶현장에서 유난히 웃음이 많은 것 같다.

솔직히 촬영장에 있으면 웃겨 죽겠다. 다들 애드리브의 천재들이고 베테랑 연기자들이니까. 게다가 전후 사정을 생각해 보고 장면을 보면 웃음이 터져나온다. 감독인 내가 웃어서 NG를 낸 적도 있었고, 절대 웃어서는 안될 녹음기사가 웃어서 다시 촬영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 <동갑내기 과외하기>와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연령층이 따로 정해져 있었고, 그래서 만화적이고 패셔너블(fashionable)하게 화면을 꾸미려고 했다. <라이어>는 전체의 70% 정도가 실내에서 촬영됐다.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도전욕구가 작용했다. 상황을 풀어가는 방법이나 카메라 워킹이나 연극적인 느낌이 많이 있을 것 같다.

▶ 데뷔작으로 500만명 이상의 '대박'을 터뜨렸다. 흥행 부담이 많을 것 같다.

이상하게도 흥행 부담은 별로 없다. 내가 특별히 흥행의 비결을 아는 것도 아니고 관객수가 생각대로 맞춰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완성도나 성숙도가 부담이다.

▶ 연극 <라이어>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원작은 영국 연극이다. 국내에서는 80년대 후반부터 공연됐고 98년 처음 보고 영화화를 결심했다. 흥행에 성공한 연극이지만 이와 상관없이 줄거리 구성이나 거짓말쟁이의 결말이 시사하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가볍지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 두 편의 영화 모두 코미디이다. 코미디 장르에 대해 특별한 애착이 있는 것인가.

사실 특별히 코미디를 좋아하지는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두 번씩이나 코미디 영화를 만든 감독이 됐다. 코미디는 50살은 넘겨야 할 수 있는 장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코미디 영화에 대한 훈련이 딱히 돼 있는 게 아니어서 두렵기도 하지만 영화를 만들다 보니 (나와) 잘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라이어>는 희극성뿐 아니라 원작의 주제의식도 만만치 않아 좋았다.

▶ 주진모와 공형진 두 배우를 캐스팅 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

코미디이니까 주진모 캐스팅이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영화를 통해 주진모를 보면서 이면에 감춰진 무언가를 볼 수 있었고 그에게서 새로운 것을 빼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완벽해 보이는 외모에도 뭔가 아웃사이더의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공형진의 캐스팅은 스태프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캐릭터에 잘 맞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같이 작품을 분석하면서 연기에서 이전과 다른 패턴으로 가보자고 동의했다. 예전의 연기가 다소 빠른 템포였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느린 느낌이 될 것이다.(남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