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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누아르의 쾌감, <말타의 매>

Maltese Falcon 1941년

감독 존 휴스턴 출연 험프리 보가트

TCM&클래식무비 3월2일(화) 저녁 8시

‘필름누아르’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학자들은 이 영화들을 장르 혹은 운동, 스타일 등으로 각기 다르게 정의한다. 하나의 완성된 장르로 확정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필름누아르영화를 굳이 설명한다면 194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들이 이전 미국영화들에 비해 “극히 어둡고 불안정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이다. <말타의 매>(1941)로부터 시작한 필름누아르(프랑스 영화학자들은 자신들 영화를 누아르의 효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컨대 마르셀 카르네의 작품)는 1940년대 할리우드를 강타한 일종의 흐름이라고 해석하는 것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말타의 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은 이후 다른 누아르영화들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독특한 캐릭터의 향연이 이채롭다. 탐정 사무소에 미모의 아가씨가 나타나 사건을 의뢰한다. 그녀는 어느 무뢰한과 사랑에 빠진 여동생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샘 스페이드는 동료 탐정을 보내 사건을 풀어보려 하지만 동료의 죽음이 그에게 전해진다. 한편, 경찰은 스페이드를 의심한다. 어느 날 여비서가 퇴근한 뒤 스페이드는 ‘미스터 카이로’의 방문을 받는다. 그는 샘에게 검은 새의 조각상을 찾아달라고 나선 것이다. 거액의 사례비를 주겠다는 조건으로. 형국은 더욱 복잡해지고 샘 스페이드는 사랑과 음모, 폭력 사이에서 비틀거린다. 주인공인 스페이드는 누아르영화의 전형적인 캐릭터이다. 그는 의심이 많고 타인을 잘 믿지 않으며 물질적 이익을 우선시한다. 샘 스페이드와 사랑에 빠지는 여성은 팜므파탈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며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했음이 밝혀진다. 이외에도 ‘미스터 카이로’ 캐릭터는 중성적 캐릭터로서 동성애자로 해석될 만한 여지를 남긴다. <말타의 매>는 <빅슬립>이나 <시민 케인>처럼 시각적 요소가 뚜렷하게 누아르의 분위기를 풍기지는 않지만 의미심장한 캐릭터들의 등장이라는 견지에서는 독보적이다. 샘 스페이드는 “탐욕의 세계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킴으로써 응답하는” 인물로 읽히기도 한다.

<말타의 매>에서 공간적 한계는 서스펜스의 원천이 된다. 클라이맥스에서 샘 스페이드를 비롯해 중요한 인물들은 한자리에 모여 옥신각신한다. 일명 ‘검은 새’라 불리는 말타의 매를 놓고 타협과 협상, 그리고 심리 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샘 스페이드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상황에 임한다. 돈을 중시하되, 진실을 우위에 놓겠다는 태도이다. 결국, 샘 스페이드를 제외한 다른 인물은 하나같이 실패를 인정하거나 감옥으로 향하게 된다. 뻔한 결말이되 장르영화로서 쾌감이 있다.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거장인 존 휴스턴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말타의 매>는, 유독 장르적 재미를 듬뿍 느끼게 한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