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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이슈] 문화산업의 지방화, 발가벗고 덤벼라
2004-03-08

최근 ‘산업 클러스터’라는 말이 유행처럼 회자되고 있다. 클러스터란 영어로 덩어리, 포도송이를 의미하는데, 경제적으로는 ‘할리우드’나 ‘실리콘밸리’처럼 비슷한 업종의 다른 기능을 하는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일정 지역에 모임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요즘 문화산업에서도 클러스터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의 지방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클러스터는 문화산업의 지방화 전략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문화관광부도 전국 10여곳을 선정하여 문화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사실 문화산업이라는 것이 대형 공장이나 물류를 보관하거나 무역하기에 좋은 까다로운 입지조건을 요하지도 않는 산업인데다, 창의력과 최소한의 하드웨어만 있으면 성공을 기대할 수 있으니 지방에서 해보기에 적절한 산업으로 인식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안자들의 좋은 취지만큼 쉽사리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며칠 사이에도 애니메이션 산업단지를 육성하겠다는 한 지역은 생각만큼 자본이 모이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는 반면 서울의 상암동 DMC는 신청자가 넘쳐서 부지를 확장할 계획이라는 기사가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었다. 뿌리 깊은 서울 중심의 사회 속에서 오랫동안 소외되었던 지역이 막상 무언가를 하자고 하니 기반이 전혀 없다시피 한 것이다. 영화산업만 보더라도 주요 언론사, 배급사, 제작사, 스타들이 서울에 밀집되어 있는 상황인데, 어떤 기업이 지역으로 내려가려 하겠는가? 서울을 제외하고는 영상산업이 가장 성공한 경우에 속하는 부산시조차도 서울의 영화사를 유치하는 데 거의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판에 다른 지역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현실이 이렇다고 해서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의 망국적인 서울공화국 구조는 어떤 식으로든 해체가 되어야 하며, 그런 점에서 문화산업의 지방화 전략은 큰 틀에서는 절대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문제인 셈이다. 필자는 장기를 바라보고 차분하게 준비해가지 못할 바에는(사실 이것이 최선이기는 하다) 지자체들이 철저하게 실효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을 권하고 싶다. 우선 대형 건물을 짓겠다는 생각은 조금 미뤄두라. 차라리 그 돈의 일부를 헐어 대학의 해당 학과를 지원하고, 서울의 연구인력과 기업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치해야 한다. 한두개의 유력한 회사라도 지역으로 옮겨오고, 초빙해온 인력들을 통해 자체의 전문인력이 길러지기 시작하면 최소한의 동력은 생겨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소의 무리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가 지역과 중앙의 자본을 적절하게 유치해서 중소규모라도 투자조합을 운영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물론 사업성을 기본으로 하되 해당 지자체에서 제작이 이루어지고 현지 인력을 어느 정도라도 고용할 것을 투자의 조건으로 다는 것이다. 대강대강 기자재나 들이고 건물만 지으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이라면 시작조차 안 하는 것이 낫다. 정 안 되면 시장의 일부라도 사버리겠다는 투지 없이는 절대로 지방이 서울을 이길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조준형/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