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외신기자클럽] 스타의 쇠퇴 (+불어원문)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영화산업계는 해마다 작은 금속 조각상을 나눠 갖는다. 프랑스영화의 미디어 생활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기자와 환담을 나누면서 시상식 자료집을 훑어보았다. 후보에 오른 배우들이 나오는 장을 넘기면서 그는 “이 인간들 얼굴 보기가 얼마나 지긋지긋한지 모를 거야”라며 밀크티가 담긴 찻잔을 내려놓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 말에 한대 맞은 듯 나는 오후 내내 그 얘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 나도 그 얼굴들을 보는 데 질렸나? 왜 이 시상식이 시대에 뒤져 보이는가? 나는 “프랑스 스타”, “한국 스타”, “멕시코 스타”의 역할이 사라질 운명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기 스타는 우주를 떠받드는 거인들이다. 장 가뱅은 프랑스의 가장 큰 스타였다. 서민, 변호사, 사병, 깡패… 그의 눈빛 속에는 온 국민이 반영되었다. 그는 사회의 온갖 진흙탕을 구현해냈고 끝까지 믿을 만했으며 싫증나게 하는 법이 없었다. 들롱도 벨몽도도 드파르디외도 이제는 이같은 앞날을 맛보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들은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활동을 마치고 있는 것이다.

가뱅 시절의 프랑스에서 파리지앵의 눈에 비친 마르세유란 멀리 떨어진 도시였다. 영불해협에서 지중해에 이르는 거대한 세계를 잇는 접합제였기에 스타들은 왕들만큼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시절은 끝나고 축척은 바뀌었다. 같은 면적이 이제 우리에게 작게만 여겨지는 것이다. 새 천년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어린 왕자처럼 우리나라가 결국 은하계 속에 숨어 있는 작디작은 행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반도의 양끝을 확 밀착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에 테제베는 어쩌면 프랑스가 한국 스타 시스템에 줄 수 있는 최악의 선물일지 모른다. 부산이 서울 신도시의 이름이 되고, 리옹이 파리의 동네이름이 되어버렸을 때, 우리의 좁은 국경을 초월할 수 있는 스타들(대개 다 미국 스타가 되어갈 이들)만이 우리를 여전히 매혹시킬 수 있으리라. 국내에서만 활동하는 스타들은 타이탄 거인들 대신에 우리의 십대 시절 스쿠터 타고 다니던 우수에 찬 청년이나 겨우 떠올리게 하리라. 여학생들이 교실 책상에 이름을 새겨넣고선 대학 강의실에서는 얼굴조차 기억 못하는 그 녀석 말이다. 그 스타들은 우리를 다시 비좁은 세계로 돌려보내 축소판 휘황찬란함인들 아무리 보여줘도 우리를 감동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혜성처럼 지고 결국에 가서는 덜 위태로운 예술가 부류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다. 배우라는 부류에게.

추신. 올해 프랑스의 영화상을 휩쓴 작품은 <야만적 침략>이라는… 캐나다영화였다.

Eclipse de stars
번역 기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