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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한한 구로사와 기요시
2004-03-10

공포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黑澤淸.48) 감독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의 일본 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강의실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개막작 <도플갱어>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구로사와 감독은 <인간합격>, <위대한 환영>, <카리스마>, <회로>와 최근의 <밝은 미래> 등이 베니스, 베를린 등의 해외 주요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구로사와 감독은 9일 내한해 서울 종로구 소격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회고전 개막식에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으며 10일 오후에는 <여고괴담>의 박기형 감독과 공개 대담을 할 예정이다.

오는 19일까지 계속되는 회고전에는 감독의 근작 <밝은 미래>와 <도플갱어>를 비롯해 21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올해는 1983년 <간다가와 음란전쟁>으로 데뷔한 그의 연출 인생이 21년째가 되는 해. 그는 "감독 생활에서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올해 한국에서 회고전이 열려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구로사와 감독과 일문일답.

▶어제 한국 관객과 만난 소감을 말해 달라.

개막작 <밝은 미래>가 상영된 뒤 팬들을 만났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는 듯하다. 한국 팬들은 영화에 대한 감정이 솔직한 점이 마음에 든다. 감정으로 영화를 받아들이기보다 분석적으로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기 '로망포르노'로 영화 활동을 시작했다. 어떤 점이 도움이 됐나.

20년 전만 해도 이 장르로 데뷔한 뒤 인정받아 나중에 상업영화를 찍는 신인 감독들이 많았다. 로망 포르노는 포르노 성격의 영화이지만 남녀간의 사랑을 그려내야 한다. 사랑은 화면상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연기와 드라마가 필요하다. 사랑을 화면 안에 그려내는 작업이 많은 공부가 됐다.

요즘에도 여전히 로망포르노라는 장르는 남아 있지만 젊은 감독들은 시각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야쿠자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네멋대로 해라>나 <복수> 등 시리즈물을 유난히 많이 만들었다. 시리즈물에 특별한 애착이 있는가

내 의지는 아니었고 그때그때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연작영화를 만들게 됐지만 자꾸 찍다보니 재미가 있더라. 시리즈물은 후편으로 갈수록 스토리나 캐릭터의 과거가 쌓여가는 재미가 있다. 2편, 3편으로 넘어가면서 캐릭터나 배경 설정이 필요 없게 되고 그 시간에 여러 가지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작품을 보면 인간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이 들어 있는 듯하다. 감독의 인간관을 듣고 싶다.

나를 포함해 사람은 모두 자유로운 상태에 있고 싶어한다. 법률이나 도덕이 이를 방해하지만 내 영화속의 주인공들도 기본적으로는 정신적인 자유를 갈망한다. 현실에서는 사회적인 제한을 지킬 수밖에 없지만 영화에서 만큼은 비상식적인 인물상을 그리고 싶다.

▶이번 회고전에 상영되는 작품 중 관객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영화를 말해달라.

초기의 작품들은 '영화는 영화여야 한다'는 식의 생각으로 만들었지만 후기로 갈수록 영화는 그 이상의 사회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믿고 연출했다. 그 경계가 <복수>의 1편과 2편 사이다. 2편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현실을 반영했고 결과가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워 '큐어' 같은 다음 작품에도 영향을 줬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영화를 봐줬으면 한다.

▶신작 '로프트'를 한국의 미로비전에서 제작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느 정도 진행중인가.

정확한 일정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미로비전에서 제작비를 대고 촬영을 일본에서 진행할 것이라는 정도다. 현재 시나리오 초고가 완성되는 단계다.(서울=연합뉴스)